[프로야구] 날씨에 울고 웃었던 5회, 한화-SK 희비 갈랐다

3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경기에서 2회 도중 쏟아진 비로 경기가 멈췄다. 2016.5.3/뉴스1 ⓒ News1
3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경기에서 2회 도중 쏟아진 비로 경기가 멈췄다. 2016.5.3/뉴스1 ⓒ News1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오락가락한 비가 계속됐던 3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5회에는 날씨가 직접 경기에 '개입'하기까지 했다.

3일 인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한화가 7-2로 승리했다. 한화는 2연승, SK는 2연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기상 상황이 좋지 못했다. 전날 내린 비는 잦아들었지만 강한 바람이 불면서 추위를 느끼게 했다.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지만 2회에만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고 재개된 이후로도 비바람은 좀처럼 멎지 않았다.

외야 쪽에 공이 뜨면 수비수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야했다.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었다가는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공을 놓치기 십상이었다.

5회말 SK 공격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선두타자 김성현이 우익수 방면 뜬공을 쳤다. 오랫동안 공을 주시하던 우익수 이성열은 계속해서 흔들리는 공을 쫓아 이리저리 움직였고 결국 미끄러 넘어져 공을 놓쳤다. 외야 뜬공이 안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송은범이 흔들렸고 이명기에게 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3루수 송광민이 몸을 던져 잡았지만 2루 송구가 좋지 못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합의판정까지 가는 우여곡절끝에 1루주자를 잡아냈다.

여기서 한화는 선발 송은범을 강판하는 결정을 내렸다. 4회 밀어내기로 한 점을 준 데 이어 흔들리는 모습이 계속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등판한 박정진은 박재상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6구째 공을 박재상이 받아쳤고,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이성열이 타구를 쫓았지만 공은 강한 바람에 의해 중견수 쪽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성열이 잡기가 어려워보였고 이용규가 빠르게 뛰어 들어와 공을 잡았다.

문제는 1루주자였다. 1루주자 이명기는 이성열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고 타구가 빠질 것으로 판단해 2루 베이스 근처까지 멀리 나갔다. 이용규가 잡은 순간 급하게 귀루했지만 이용규의 1루 송구가 정확하고 빨랐다. 순식간에 이닝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만일 이 타구가 또 한 번 빠졌다면, 정상적으로 아웃만 됐다하더라도 이닝이 종료되지는 않을 상황이었다. SK 김용희 감독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한화의 분위기는 급격히 살았다.

급격히 분위기가 처진 SK는 결국 2점차를 추격할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로사리오에게 만루포를 얻어맞고 녹아웃됐다.

양 팀 모두에게 얄궂었던 날씨였지만 SK에게는 좀 더 야속했고 한화에게는 작은 행운이 따랐던 이날 경기였다.

starbury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