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노력형 천재' 손아섭을 만든 절박함과 믿음
- 이재상 기자

(인천=뉴스1) 이재상 기자 =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불안감을 안고 산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손아섭(27)은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힌다. 2010년부터 5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에 무수한 안타를 때려냈고 지난해에는 국가대표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손아섭은 26일 인천 SK와의 경기 전까지 타율 0.316 7홈런 27타점의 성적을 냈다.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교타자로 꼽히는 손아섭이지만 그의 입에서는 "매 순간 불안하다"는 의외의 말이 나왔다. 손아섭은 26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매 시즌 항상 걱정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내 자신에 대해 불안함이 많다. 지금 역시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의외였다. 많은 감독들이 가장 탐나는 선수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이가 손아섭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손아섭 같은 3번 타자가 있다면 야구하기 정말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손아섭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은 쉼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채찍질과 독려였다. 여전히 만족을 모르는 손아섭은 "불안함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그렇기 위해 매 순간 더 많이 노력하고 고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아섭은 4월까지 타율이 0.245 밖에 되지 않았다. 손아섭 특유의 호쾌한 장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손아섭은 손아섭이었다. 5월 들어 21경기에서 타율 0.405(79타수 32안타) 5홈런 1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손아섭이 초반에 잘 안 맞아서 고민이 컸는데 어느새 3할이더라"며 "나도 깜짝 놀랐다"고 미소 지었다.
손아섭은 부진할 때마다 가장 잘 될 때의 영상을 돌려보며 현재와 비교했다. 경기가 잘 될 때면 항상 기록으로 남긴다. 그의 헬맷 안에는 '그립은 얇게 잡아라', '상체 세우기', '오른팔 쪼아라. 팔꿈치 돌리면 안 됨' 등 무수한 메시지가 적혀있다. 손아섭은 "좋았을 때 습관 등 나만의 루틴을 기억하기 위한 문구를 적어놨다"며 "이를 통해 좋은 느낌을 빨리 되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하지만 지나간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높은 타율을 올렸다고 해서 올해 다시 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다. 어제에 안주하지 말고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아섭은 과거를 돌이켜 본 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랬던 것 같다. 사람 일이란 것은 하루 앞도 알 수가 없는 것"이라며 "내겐 아직도 야구가 어렵다. 야구가 쉬웠다면 누구나 4할을 때려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더 잘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손아섭은 여전히 배고프다. 절박함과 함께 다져진 성공에 대한 믿음이 지금의 손아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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