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야구, 야구인]롯데 이상화가 사는 법, '빠르기보다 각도'

(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투수는 키가 크면 유리하다.

한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발 투수 중 최장신은 두산 니퍼트(34)다. 키 2m3, 몸무게 103kg이다. 2011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를 올리면서 통산 107경기에 나가 52승27패1홀드와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다.

올해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벼운 부상을 당해 아직 1게임 밖에 나가지 못했다.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성실함까지 갖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LA 다저스의 에이스는 클레이튼 커쇼다. 올해 스물여덟이다. 다저스의 공식 프로필에 적힌 키는 1m93, 몸무게는 102.1kg이다. 왼손 투수로서 빠른 공을 지녔다.

2008년부터 빅리그에 서면서 이젠 당당하게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2게임에서 1패에 그쳐 있지만 15일 현재 통산 213경기에 나가 98승50패와 평균자책점 2.51, 탈삼진 1459개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고의 5년을 보냈다. 5시즌 연속 두자리수 승리에다 200K 이상을 거듭 남기면서 사이영상 등 숱한 영광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에다 239K를 그리면서 절정의 피칭을 뽐냈다.

니퍼트와 커쇼의 공통점은 큰 키에다 오버 핸드 유형의 피칭을 하는 것이다. 공을 놓는 릴리즈 포인트가 높아 타격 포인트를 잡는 점과의 각도가 크다. 방망이의 스위트 스팟으로 정확하게 공을 때려내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롯데 이상화가 15일 부산 NC전에 선발로 나가 역투하고 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좋은 투구 각도로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 News1스포츠 / 롯데 자이언츠 제공

투수가 공을 던지는 곳은 마운드다. 내야 가운데 볼록 솟아 있다. 타석이 있는 홈 플레이트부터 투수판이 있는 마운드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높아진다. 타석과 마운드의 높이 차이는 최소 25.4cm에서 최대 38.1cm로 야구 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타석보다 높은 곳에서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데 거기에다 키까지 크고, 팔까지 머리 위로 높이 올려 공을 던진다면 사뭇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각도 차이 탓에 도저히 방망이의 중심에 맞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투수와 타자의 싸움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아무리 빠르고 정확해도 공과의 각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헛수고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이어질 확률은 아주 낮다.

올해로 프로 9년째에 접어든 롯데 이상화는 그동안 보여준 것이 없는 투수였다. 경남고 시절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이끌어내면서 유망주로 떠올라 2007년 롯데서 1차 지명했지만 지난해까지 통산 26경기에 나가 3승6패 1홀드와 평균자책점 6.38을 남긴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올해 경남고 시절 은사였던 이종운 감독을 만나면서 확 달라졌다. 공의 빠르기는 가장 좋았을 때만큼 끌어올릴 수 없지만 또 다른 생존법을 터득한 결과다.

이상화의 직구는 시속 140km도 힘겹게 찍는다. 주로 시속 138km 안팎이다. 슬라이더는 시속 131~133km 정도다. 여기에다 조금 속도를 늦춘 슬라이더, 그리고 시속 113km 쯤 되는 느린 커브를 던진다.

모두 타점이 높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키지만 일단 각도가 좋다. 중심 이동이 잘 되는 날 공 끝에 힘이 붙으면 타자들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15일 부산 NC전에 선발로 나가 초반 제구가 흔들려 고전했지만 각도 있는 공을 던지면서 위기를 넘겼고, 결국 지난해 8월27일 부산 삼성전 이후 232일 만에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롯데 투수 이상화가 15일 부산 NC전에 선발로 나가 초반에 제구가 흔들려 고전했다. 그러나 야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2회초 1사 2루에서 연속으로 우익수 플라이를 잘 잡아낸 손아섭에게 이상화가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상화도 크다. 키가 1m88이다. 몸도 당당하다. 95kg이다. 이종운 감독도 3게임 연속 기대 이상의 피칭 내용을 보이자 5선발로서 합격 판정을 내렸다.

투수들은 팔꿈치나 어깨 통증이 생기면 릴리즈 포인트가 떨어진다. 팔꿈치의 위치가 떨어지니까 자연스레 공을 잡고 있는 손의 위치도 낮아진다. 지도자들이 팔꿈치의 위치가 어깨 수평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장 먼저 경계하는 이유다.

이상화를 비롯해 수술 경력이 있는 투수들은 대부분 이런 현상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잠수함 투수’들도 이치는 똑같다. 오버 핸드와 달리 언더 핸드는 공을 놓는 지점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고 한다. 이 역시 공의 각도 때문이다.

언더 핸드 투수들은 체력이 떨어지거나 아픔이 있으면 오버 핸드와는 반대로 팔이 위로 올라온다.

이상화는 투수에게 투구 각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릴리즈 포인트는 아주 높거나 아주 낮으면 최고다. <뉴스1스포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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