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지수의 보이지 않는 열정…화려함 내려놓은 희생정신
- 표권향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표권향 기자 = 2013년 넥센이 구단 창단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당시, 이들의 선전을 기대한 이들은 없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로 플레이오프행은 좌절됐지만, 매 경기 이들은 기적을 이뤄냈다. 그 한 장면을 장식한 선수 중에 김지수를 빼놓을 수 없다.
김지수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말 1사 3루에서 통쾌한 끝내기 안타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오래 시간 무명으로, 2군 선수에서 1군 백업 선수로의 서러움이 한 순간에 날아가 영웅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이미 주인이 있는 내야 수비에 강력한 신인 김하성, 임병욱 등이 합류해 김지수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결국 2군에서 시간을 보낸 김지수는 내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포기하기엔 일렀다. 김지수는 가을야구의 경험을 되살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등록되는 것을 첫 목표로 삼고 다시 도전했다. 김지수는 당당히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시리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가 나설 기회는 적었다. 김지수가 투입되지 않아도 앞에서 이미 해결했기 때문이다. 대신 김지수는 더그아웃에 남아 그라운드에서 돌아오는 선수들을 챙기며 응원으로 힘을 실어줬다.
욕심도 버렸다. 단, 자신감까지 내려놓진 않았다. 김지수는 “내가 경기에 나가는 상황은 분명하다. 연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공격을 원할 때 나를 필요로 한다. 이를 대비해 경기 내내 긴장을 안 늦추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훈련도 게을리지 하지 않았다. 김지수는 매번 하루 휴식일마다 진행되는 자율 훈련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김지수는 각 분야의 코치들을 괴롭히며 평소 주전 선수들에게 양보했던 훈련량을 충족시켰다.
김지수는 “하루를 쉬어도 타격감이 떨어진다. 우린 항상 긴장해야 하기에 쉬는 날에도 훈련을 하는 것이다”고 말한 뒤 “호텔에 있어서 뭐하겠느냐. 훈련을 하면서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지수의 룸메이트는 서동욱이다. 같은 내야수이면서 백업 선수로서 출전 기회가 적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때문인지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야구 이야기다. 각자의 야구 지론 등을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당당하게 그라운드에 설 날을 위해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김지수는 “(서)동욱이형과 서로 응원하면서 스스로 강하게 다스리고 있다. 우리가 경기에 안 나간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팀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 김지수는 “우리가 경기에 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중요할 수도 있지만, 현재 팀이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서로 파이팅해서 승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 뒤에는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찾아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해주는 선수들이 있었다. 큰 무대에서의 ‘한 방’으로 스타를 꿈꾸기보다 팀을 위한 희생을 감수해 나가는 선수들 덕분에 넥센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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