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병규, 믿음에 보답한 ‘미래형 4번 타자’

(서울=뉴스1스포츠) 표권향 기자 = LG 이병규(배번 7)가 ‘4번 타자’의 위용을 드러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클린업 맨이었다. 팀이 원할 때 시원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해결사가 됐다.

'빅뱅' 이병규가 4번 타순에 배치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이병규는 지난해까지 잔부상으로 1군과 2군을 오갔다. 붙박이 주전이라기보다 ‘백업’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잠재력을 인정한 김기태 전임 감독이 지난해부터 '작은 이병규'라는 의미로 붙여진 '작뱅' 대신 '빅뱅'이란 별명으로 부르면서 힘을 불어 넣었다. '큰' 이병규와는 또 다른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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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왼쪽)가 7일 창원 NC전에서 7회에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병규의 홈런으로 경기 흐름은 LG로 기울었고 끝내 승리를 차지했다. ⓒNews1 DB

해마다 이병규에 대한 기대는 컸다. 올해로 프로 데뷔 9년차인 이병규는 중장거리 타자로서 퓨처스리그에서는 ‘거포’로 통했다. 1군 외야진이 탄탄하기에 기회를 못 잡았을 뿐 그라운드를 지배할 능력은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다림의 끝에 기회가 왔다. 이병규는 브래드 스나이더의 부상으로 4번에 기용됐다.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됐던 이병규였기에 다소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4번을 맡고난 뒤 타율 0.241과 1홈런 3타점으로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때쯤 양상문 LG 감독이 입을 열었다. 양상문 감독은 “스나이더가 복귀하기 전까지 이병규를 4번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이병규는 내년 혹은 2015년에 4번 타자가 될 선수”라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단정 짓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의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7월(타율 0.424 6홈런 23타점)에 잘 쳤다”며 그의 부진에 대해 “굳이 타순과 관계 짓고 싶지 않다. 우연찮게 시기가 맞물렸을 뿐이다. 고정 타순이 아니기에 생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이병규가 그를 향한 믿음에 보답할 차례였다. 이병규는 7일 창원 NC전에서 7회에 동점 투런포를 터뜨리며 놓쳤던 공격 흐름을 잡았다. LG는 이병규의 홈런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기세를 몰아 3점을 추가해 9-8로 이겼다.

‘믿음의 야구’는 감독 혹은 선수 혼자의 힘으로 결코 이룰 수 없다. 언제까지 기다려줄 순 없다. 하지만 선수의 능력을 믿고 밀어주니 자신감이 폭발했다. 그 결과 만년 유망주였던 선수가 팀의 중심타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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