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먼, 홍상삼 선발 투수가 '동반 잔혹사'를 쓰다

롯데-두산 1회 똑같이 타자일순...유먼은 부상, 홍상삼은 문책 강판

롯데 왼손 투수 유먼이 6일 부산 두산전에 선발로 나가 1이닝만 던지고 교체됐다. 수비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쳐 5-3으로 역전한 2회부터 마운드를 강영식에게 넘겼다.© News1 롯데 자이언츠 제공

(뉴스1) 이창호 기자 = 좀체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두 팀이 똑같이 1회에 타자일순을 하고, 선발 투수는 나란히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롯데 왼손 투수 유먼과 두산 오른손 투수 홍상삼이 부처님 오신 날, 써내려간 '동반 잔혹사' 애 관한 이야기다.

유먼은 뭇매를 맞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을 다치자 관리를 위해 바꿨지만 홍상삼은 들쭉날쭉한 제구에다 동점타도 모자랐는지 역전타까지 헌납하자 쫓겨난 셈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맞붙었다. 롯데는 14승12패1무로 4위, 두산은 15승13패로 5위라는 순위표를 달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롯데는 올 시즌 5게임에서 5승 무패를 기록 중이던 왼손 유먼을 선발로 내세웠고, 두산은 '거인 킬러'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홍상삼을 먼저 마운드에 올렸다. 홍상삼은 지난해까지 롯데를 상대로 8승2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둘 다 기대 이하. 먼저 뭇매를 맞은 것은 유먼이었다. 1회초 1번 민병헌에게 빗맞은 우전안타를 맞더니 1사 1, 3루에서 4번 칸투를 삼진으로 돌려 세울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5번 홍성흔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준 뒤 마음이 상한 탓일까.

두산 홍상삼이 6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로 나가 1회에만 4안타와 4사구 3개, 폭투 2개로 무려 5점을 내줬다. 참고 참던 두산 벤치에선 3-5로 역전을 허용하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변진수로 교체했다. © News1 두산 베어스 제공

1이닝 동안 9명의 타자를 상대로 37개의 공을 던지면서 6안타 3실점. 롯데 타자들이 홍상삼을 마구 두들겨 5-3으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유먼은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김시진 감독은 대신 강영식으로 교체했다.

홍상삼의 불운은 제구 난조에서 시작됐다. 3-0으로 앞선 아주 편한 상황이었지만 마음 먹은대로 공이 날아가지 않았다. 1번 정훈에게 볼넷, 2번 전준우에게 몸에 맞는 공. 3번 손아섭에게 1타점 우전안타를 맞더니 4번 히메네스의 타석 때는 폭투까지 던져 무사 1, 2루를 2, 3루로 만들어 주었다. '고질병'이 도져 위기를 자초했다.

히메네스는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5번 박종윤에게 싹쓸이 2타점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아 순식간에 3-3 동점을 허용했다. 홍상삼은 더 흔들렸다. 포수 양의지가 진정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6번 황재균에게 역전 1타점 중전안타를 맞았고, 2사 2루에서 8번 문규현의 타석 때 다시 폭투를 던져 2사 3루. 문규현은 볼넷으로 2사 1, 3루의 역전 위기까지 내몰렸다.

두산 벤치에선 최대한 참았다. 3-3 동점이던 2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다. 아뿔사, 홍상삼은 9번 김문호에게 역전 2타점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벤치의 인내심이 오히려 재앙이 돼서 돌아왔다.

부랴부랴 권명철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갔고, 2사 2루에서 1번 정훈의 타석부터 다음 투수로 변진수를 내세웠다.

'동네 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롯데와 두산은 똑같이 1회에 타자일순하며 분위기를 탔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롯데는 신이 났고, 두산은 끝없이 추락했다.

river20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