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등촌동 살인사건 막아라"…피해자 안전·인권보호에 집중

여가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정폭력 방지대책'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이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가림막 뒤에서 증언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7일 여성가족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의 핵심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 및 인권보호'다.

정부는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시급히 보완·개선해야 할 4개 분야로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및 재범방지 △피해자 자립지원 △예방 및 인식개선을 꼽고, 영역별 주요 과제를 수립했다.

특히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피해자의 안전 및 인권 보호'에 집중했다.

정부는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이 실시하는 '응급조치' 유형에 '형사소송법' 제21조에 따른 '현행범 체포'를 추가해 경찰관이 가해자를 신속하게 피해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게 했다.

가정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임시조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한 경우 현행 과태료 처분에 그쳤던 것을 개선, '징역 또는 벌금'의 형사처벌로 제재 수단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접근금지 내용은 거주지와 직장 등 '특정 장소'에서 '특정 사람'(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으로 변경해 피해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긴급)임시조치를 '가정구성원'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강서구 살인사건'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요구가 빗발친 데 따른 조치다.

아울러 정부는 가정폭력 가해자가 자녀를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범죄를 막기 위해 '자녀 면접교섭권'도 제한한다.

현행 '피해자보호명령' 유형에 '자녀면접권 제한'도 추가, 피해자 보호명령 기간(현 6개월→1년) 및 총 처분기간(현 2년→3년)도 연장해 제도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임에도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통해 너무나 쉽게 피해자의 신변이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 공시제한을 신청하는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 종사자에 대한 정보보호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1366센터 이용자도 상담사실확인서나 긴급피난처입소확인서로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 제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흉기로 살해한 전 남편 김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한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인 A씨는 지난달 30일 여가부 국정감사에 나와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토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A씨는 "그 동안 (아버지의) 지속적인 협박과 가해가 있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6번이나 장소를 옮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보복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 못한 적도 많았고, 경찰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A씨의 부친인 김모씨(49)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고가 발생한 뒤 피해자의 자녀들이 "아빠를 엄벌해 달라"고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려 관심이 쏠렸다.

A씨는 청원 글에서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는 아빠와 살 수 없었고 이혼 후 4년여 동안 살해협박과 주변가족들에 대한 위해 시도 등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다"며 "엄마는 늘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었고 보호시설을 포함해 여러 차례 숙소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아빠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또 다른 가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정폭력 대책 방안을 내놓은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노출된 폭력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 등을 통해 꼭 피해상담을 받고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