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경계선지능인 위한 고용·자립 정책 마련돼야" 국회 토론회 개최
학령기 이후 성인기 노동현장서 겪는 어려움에 집중한 첫 번째 논의장
무직·구직중 경계선지능인의 정신질환 유병률, 일반인의 5배 수준으로 껑충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경계선지능인의 취업실태와 노동실태에 초점을 맞춘 토론회가 30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경계선지능인 노동시장 취업경험과 노동실태 : 신경다양인 접근 및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는 이날 10시쯤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이수진·김윤·박홍배·이용우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하고 일하시는시민연구소·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우분투재단이 공동 주관했다.
이 부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계선지능을 가진 분들은 법적으로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일상과 노동의 영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스로 노력해도 취업의 문턱은 높고, 일터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제도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라며 "경계선지능인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기회와 환경이 주어지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구성원이다"라고 했다.
사회를 맡은 기현주 경기도 미래세대재단 본부장은 "그동안의 논의가 '느린학습자'로 불리는 미성년 경계선지능인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번 토론회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노동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집중하는 첫 발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자호 화성시복지재단 연구원은 올해 7월부터 한 달에 걸친 경계선지능인 노동 실태 설문조사를 토대로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권리구제 지원과 서비스, 노동상담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취업 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는 이해하기 쉬운 취업 정보 제공과 사회관계 향상을 위한 커뮤니티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윤 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직이거나 구직활동 중인 경계선지능인의 우울·불안·공황 등 정신질환 진단율은 각각 4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국가 정신건강현황보고서의 일반인의 유병률인 8.5%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변민수 한국장애인고용단 고용개발원 선임연구원은 "경계선지능인들이 일하려는 의지도, 실력도 있는데 우리 사회가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시켜 우울증에 걸리게 하고 약을 먹게 하는 실태가 안타깝다"며 "기존 (취업) 프로그램에 이들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 등을 재조정해 재설계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현재 '경계선지능인'은 전체 인구의 13.59%(69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경계선지능인은 좁은 의미이고 학계나 해외에서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표현이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소개했다.
신경다양성에는 자폐스펙트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난산증, 투레트 증후군, 아스퍼거증후군 등이 포함되는데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0~30%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소장은 "22대 국회에 경계선지능 지원에 관한 법안이 10개가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복지와 지원 혹은 학령기에 국한돼 있어 노동시장에 대한 고용, 일자리 지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 사례도 기존 사회정책에서 포괄하기도 하고 장애인 지원법률에 포괄하기도 하지만 언어·지원·일자리 등 다양한 형태로 제도적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토론 순서에서는 네덜란드의 사례도 소개됐다. 김준형 국회입법조사관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 원칙을 행정적 판정 체계에 적용하고 있다. 즉 지능지수뿐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실용적 기능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경증지적장애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지능지수(IQ)로만 경계선장애인을 분류하려고 했던 것과는 다른 기능도 위주의 접근이다.
김 조사관은 "네덜란드의 경우 IQ가 비교적 높더라도 사회적 자립도가 낮거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 대상자로 본다"며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졸업 이후 성인기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중심으로 한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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