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영 장관, '깃발'이 안보인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17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6년 책 한권을 펴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유주의자의 세상읽기'란 제목의 자서전이다.
진 장관은 이 책의 서문에서 과거 시위대 대오 앞에 무성했던 이데올로기 시절의 나침반이자 이정표였던 '깃발'을 추억했다.
"어느 경우에서나 깃발은 있어야 한다. 깃발이 없다면 우리는 어디로가야 하는지조차 몰라 방황할지도 모른다…구호로만 장식된 깃발이 아니라 분명하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주는 깃발, 사회와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게 해주는 그런 깃발이 필요하다…나의 깃발을 들고 당당하게 정치가의 길을 걷고 싶었다. 내 깃발을 하늘 높이 내걸고 싶었다…"고 썼다.
자신의 깃발을 원했던 자서전이 출간된 후 7년. 그는 18·19대 국회의원에 잇따라 당선돼 3선에 성공했고 이제 국민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보건복지부의 수장이 됐다.
그런데 취임 100일이 다 돼도록 진영 장관이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그의 깃발은 보이지 않는다.
복지부 장관 취임 후 금연정책,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 진주의료원 사태 등에서 보여줬던 일련의 제스처들은 그가 자서전을 통해 보여줬던 작은 깃발조차 색이 바래고 찢겨진 듯한 느낌이다.
특히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야,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두가 중앙정부에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진주까지 내려가는 제스처만 취했을 뿐이다.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며 분명하고 강한 그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11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경남도의회에서 날치기 통과된데 대해서도 주무부처 수장인 진영 장관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에 대해 상위법령 위반 여부 등을 검토, 재의(再議)를 요구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말이다.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정치가로서 걸어가야 할 이정표인 그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할 때가 지금이다.
깃발의 색깔이나 무늬, 크기가 아직 완성돼지 않았더라도 깃발을 높이 들어 숙제가 산적한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의 방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 장관이 지금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향후 새정부가 그리는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도 방향을 잃고 요원해질 것이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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