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08㎜·부산 0.7㎜…'물벼락과 폭염' 극과 극 장마 왜?

서울 누적 강수량 부산의 6배…중부 집중호우·남동부 폭염 지속
중부에 머문 정체전선·남부 덮친 고기압…전선 이동 따라 강수 구도 변동

21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산을 쓰고 나들이를 하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한비가 내릴것으로 예보했다. 2026.7.21 ⓒ 뉴스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수도권과 충청권에 장맛비가 집중되는 사이 부산·울산과 경남 남동부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중부와 남부의 날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이후 서울의 누적 강수량은 부산의 약 6배에 달했고, 최근 나흘간 인천에는 300㎜가 넘는 비가 내린 반면 부산 공식 관측지점에는 1㎜에도 못 미치는 비만 내렸다.

정체전선이 한반도 중부에 머물며 비구름을 계속 발달시키는 반면 전선 남쪽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으면서 장맛비 대신 폭염이 이어진 것이다.

21일 방재기상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18일 0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인천(볼음도) 308.0㎜, 교동 297.5㎜, 대연평 256.0㎜, 파주(판문점) 254.0㎜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은평 229.0㎜, 강서 227.5㎜가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부산 공식 관측지점에는 0.7㎜가 내리는 데 그쳤다. 북부산과 사하, 가덕도에서는 비가 관측되지 않았고 경남권인 울산엔 0.2㎜, 김해에선 0㎜를 기록했다. 창원 3.0㎜, 양산 0㎜ 등 경남 남동부에서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간을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넓혀도 지역 간 강수 격차는 뚜렷하다. 21일 오전 9시까지 충남 계룡에는 486.0㎜가 내렸고 서울 352.7㎜, 대전 342.8㎜, 청주 33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산은 59.7㎜, 창원 63.4㎜, 울산 28.0㎜, 대구 14.7㎜에 머물렀다. 서울에는 부산의 약 6배, 계룡에는 울산의 약 17배에 이르는 비가 내린 셈이다. 다만 제주 산지에는 450㎜ 안팎, 호남과 경남 서부 일부에는 100㎜가 넘는 비가 내려 남부지방 전체가 건조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중부 폭우·남부 폭염' 양극화 원인은 정체전선 위치

이처럼 비와 폭염이 남북으로 갈린 것은 기압 배치에 따른 정체전선의 위치 때문이다. 최신 지상일기도를 보면 정체전선이 중국 내륙에서 서해와 한반도 중부를 거쳐 일본 방면까지 동서로 길게 놓였다.

전선 북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덥고 습한 공기가 중부지방 부근에서 충돌했다. 수증기가 전선 부근에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강원·충청권에는 비구름이 반복해 발달했다.

전선 남쪽에 놓인 부산·울산과 경남 남동부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았다. 하강기류가 비구름 발달을 억제하는 가운데 기온과 습도가 오르면서 장맛비보다 폭염과 열대야가 두드러졌다.

'중부 장맛비·남부 폭염'은 장마철 후반에 나타날 수 있는 기압계 가운데 하나다. 정체전선이 남부에서 중부로 북상한 뒤 한동안 머물면 중부지방에는 비가 반복되고 남부지방은 폭염권에 드는 양상이 나타난다.

당분간은 이러한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부지방에는 23일까지 곳에 따라 30~80㎜의 비가 더 내리겠고, 24일에는 중부지방과 전라권·경북권, 25일에는 중부지방에 비가 예보됐다. 남부지방은 비가 쉬는 곳이 많은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35~37도까지 오를 수 있다.

기압계 이동 따라 강수 구도 변동…"올여름 기본 패턴 아니다"

다만 이를 올여름 내내 이어질 '기본 패턴'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체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와 북쪽 찬 공기의 강도, 상층 기압골과 태풍 등 열대요란의 움직임에 따라 남북으로 이동한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더 북쪽으로 확장하면 정체전선도 북한이나 중국 동북부 쪽으로 밀려 중부지방까지 폭염권에 들 수 있다. 반대로 전선이 남하하면 강수 중심이 충청·호남·영남으로 옮겨갈 수 있다.

27~30일에는 전국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구름이 많은 가운데 낮 기온이 30~35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남북 강수 편차가 나타났다. 2020년에는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 장기간 머물면서 중부지방 장마가 54일간 이어진 반면 남부지방은 38일 만에 끝났다. 같은 해 중부지방의 장마철 강수량은 851.7㎜로 남부지방 566.5㎜보다 많았다.

장마철이 지난 뒤에도 비슷한 기압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2022년 8월에는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서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중부지방에서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했고, 서울 일대에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반대로 2023년에는 정체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충청 이남에 강수를 집중시켰다. 당시 장마철 강수량은 전라권이 역대 1위, 경상권 2위, 충청권 3위를 기록했다. 현재의 '중부 호우·영남 남동부 폭염'이 여름철 내내 고정되는 유형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현재 양상은 여름철 정체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의 배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지속 기간과 다음 강수 지역은 유동적이다. 전선이 중부에 머무는 동안에는 수도권·충청권의 누적 호우와 영남 남동부의 폭염·강수 부족이 동시에 심화할 수 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