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1차 우기'…기후변화에 장마 개념 11년 만에 바뀐다

올해 장마 이후 비 더 많이 내려…우기 도입 필요성 커
곧 발간 '장마백서'에 현재 장마철을 '1차 우기'로 표현

유희동 기상청장.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기상청이 조만간 '장마백서'를 내면서 여름철 정체전선(장마전선)에서 비가 내리는 기간을 뜻하는 장마 표현을 '우기'로 확장할 전망이다.

'우기'는 '건기'라는 표현과 함께 열대 및 아열대 기후대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가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한 단계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뜻한다.

기상청은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를 주제로 한국기상학회 특별분과 행사를 가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정용승 고려대 기환경연구소장은 장마철의 강수 지속 기간이 변하고 있고,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어 장마라는 용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경환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장마의 시작과 끝을 더욱 정교하게 정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조만간 발간될 장마백서를 주도했다.

앞서 유희동 기상청장 역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등에서 기후변화로 과거와 달라진 여름철 비를 장마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 발간될 장마백서는 강수량의 연내 사이클 중 6월 하순부터 9월까지를 우기로 나타냈다. (기상청 제공) ⓒ 뉴스1

이에 따라 기상청에서 조만간 발간될 장마백서에는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우기' 개념이 도입될 예정이다. 즉 6월 하순부터 9월 하순에 기후 평균 강수량보다 4㎜ 넘게 비가 올 때를 우기로 설정한다.

이중 7㎜를 넘는 비가 올 때를 지금의 장마철인 '1차 우기', 이후 한동안 비가 그쳤다 다시 7㎜ 이상 비가 오는 기간을 '2차 우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횟수에 비례해 3차 우기, 4차 우기도 가능하다.

당장 장마 표현을 없애고 여름철 비 내리는 기간을 우기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에 따라 여름철 강수 형태를 장마만으로 설명하기에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장 최근 장마백서는 2011년에 나왔다. 이 때문에 장마백서에서 11년 만에 여름철 집중호우의 개념을 바꾸게 되는 셈이다. 앞선 장마백서에서는 장마를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초래한 기상 현상'으로 정의한 바 있다.

임교순 기상청 사무관은 올 여름에는 장마철보다 장마철 이후에 더 많은 비가 내렸고, 지역별 차이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전체 강수량 중 장마철 강수량이 42.2%, 장마철 이후 강수량이 49.8%를 차지했다.

장은철 공주대 교수(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는 장마가 종료된 뒤 소나기나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 발생 과정과 특징들이 전통적인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여름철 강수 특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적절한 형태의 구분과 표현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마는 국민이 수백년 이상 사용해 온 용어이자 개념이기 때문에 용어나 개념을 당장 바꾸는 것을 결정하긴 어렵다"며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국민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