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교수 "5개월전 징후 지적…붕괴는 정부 '방임' 탓"
5개월 전 '붕괴 징후' 지적했지만…참사 못 막은 인재
'흙 지반' 위에 공동주택 공사…기운 유치원 복구불가
- 최동현 기자,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권혁준 기자 = "대체 서울시와 국토부는 뭐 했나. 이게 국가인가."
서울 동작구 상도동 공사장 지반붕괴는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사고였지만, 안전불감증에 빠진 정부의 무관심 탓에 미리 막지 못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에서 "매년 우기 때마다 건물 안전에 대한 진단이 전국적으로 나오지만 시공사의 '비용 줄이기'와 정부의 '방임' 탓에 위험이 방치되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건물이나 공사현장의 안전 위험성을 경고하더라도 제때 조처하지 않는 공공기관과 시공사의 '불감증'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난 3월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현장 점검을 한 뒤 공사장의 붕괴 징후를 지적한 전문가다.
그는 "우리나라는 1400년이 된 지하에도 지하철을 만들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시공사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감행하고 관할 공무원은 이를 눈감아 주는 시스템"이라며 우리나라 공사장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양심적인) 전문가와 기술자가 많지만 공무원에게 찍히면 용역을 받지 못하니 얘기를 하지 못할 뿐"이라며 "균열 등 문제가 발생해 소송까지 가더라도 원인규명이 어렵다"며 "이게 국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새벽 긴급 현장점검을 한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토질·기초기술사도 "이번 사고는 많은 비와 부실한 설계·시공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세대주택 공사장 지반이) 암벽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흙을 다진 뒤 건물을 쌓아 올렸다"고 붕괴 원인을 분석했다.
이른바 '흙다지기' 공법으로 지반을 만든 뒤 6개동 49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을 건설하다가 최근 쏟아진 폭우로 지반에 물이 스며들면서 약해진 지반이 붕괴했다는 설명이다.
한번 지지력을 상실한 '흙지반'은 복구될 수 없다. 김 기술사는 "일단 유치원 일부가 기울었기 때문에 원상 복구는 불가능하다"며 "당장 시간 계산은 어렵지만, 결국 건물이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유치원을 일부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형 한국시설안전공단 평가본부장도 "기울어진 건물 기둥이 다 파손됐다"며 "건물의 복구는 불가능하고, 손상된 곳과 아닌 곳을 판단해 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5개월 전 예고한 '경고'를 무시한 탓에 애꿎은 유치원 일부가 철거될 운명에 놓인 셈이다.
이 교수는 "점토가 있으니 비가 오면 빨리 미끄러지는데, 그래도 공사 한다"며 "다 알고 설계하고 공사하는 것" "다 핑계고 방임이다"라며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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