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폭염? 요새가 더 더워" 8월엔 더 심해진다
기상청 "최고기온 또 깨질 수 있어"
최장 폭염 1996년의 '30일' 기록, 8월 경신 가능성
-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1994년에는 바람이라도 좀 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더운데 바람도 안 불어. 아주 죽겠어."
30일 낮 모시옷을 입고 서울 여의도공원을 걷던 70대 정모씨는 대나무 부채로 부채질과 차양을 반복했다. 빛을 가리자니 공기가 덥고,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자니 일사가 강한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3주차에 돌입하는 장기폭염이 일상이 된 서울의 모습이다.
한반도 전역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고 무더위'를 기록하는 지표는 폭염일수, 장기폭염, 공식 최고온도, 비공식 최고온도, 최고 최저온도 등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값 1위 기록으로 공식적인 '최악 폭염'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고는 해도 올해 폭염을 대하는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은 모두 "최악의 폭염"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29일 밤 12시까지 7월 폭염일수는 13.8일로, 남은 기간 폭염에 상관없이 1973년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 2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폭염일수는 전국 45개 공식 관측소에서 모두 폭염(최고 기온 33도 이상)을 기록하는 날에 1.0일이 더해진다. 관측소 절반에서 폭염이 기록되는 날은 0.5일로 계산되는 식이다.
1994년(18.3일)의 경우 7월1일부터 폭염이 시작된 탓에 월간 장기폭염을 기록하기 쉬웠지만 2018년은 7월11일 폭염이 시작된 것 치고 폭염의 연속성이 강해 하마터면 선두자리까지 넘볼 뻔했다.
그러나 올해 폭염일수가 1994년에 이은 역대 2위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30일 기준 올해 폭염은 20일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 추세를 무너뜨릴 만한 요인이 없어 관측 이래 최장 폭염이었던 1996년의 30일 기록(7월22일~8월20일)도 쉽게 앞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서 공식 폭염자료로 인정하는 최장폭염과 폭염일수는 의미가 다르다. 최장폭염은 전국에 한 지역이라도 폭염이 있을 때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고, 반면 폭염일수는 매일 한 군데라도 폭염이 기록될 경우 평균값을 계산해서 더한 통계다.
실제 유일한 무더위 해소요인으로 거론돼 오던 태풍 손띤, 암필, 종다리는 고기압 기세에 힘없이 밀려났다. 기상청은 "태풍이 고압부 내부로 들어와 이를 변형시켜야 미약하게라도 폭염이 가실텐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폭염의 원인은 강한 일사량과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구름의 차폐, 그리고 열을 가두는 기압으로 종합된다. '찜통 더위'라는 표현처럼 한반도가 '열돔'(heat dome)에 갇히는 것이다.
이런 효과가 합쳐져 지난 26일 경북 경산시 하양면의 오후 3시28분의 기온은 AWS(자동기상관측장비)상 40.5도까지 치솟아 지난 2016년 8월12일 같은 관측소에서 기록된 우리나라 비공식 역대 최고기온 40.3도 기록을 뛰어넘었다. 2018년 최고기온 기록은 직전보다 15일 앞선 데다 8월도 7월과 마찬가지로 더울 것으로 전망돼 기상청은 앞으로 40도가 넘는 지역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공식 역대 최고기온인 38.0도 역시 올해 안에 다시 깨질 수 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지난 106년간 연평균 기온자료를 분석하면 최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기록 재경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8월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은 8월 기온이 평년보다 4~7도 높아 무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40% 수준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8월이 시작되는 이번 주 폭염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1994년의 경우 7월 내내 폭염이 기승을 부리다 7월 말부터 점차 완화됐는데, 올해 폭염은 이와 달리 8월에 가장 극심한 모습을 보였던 2016년 폭염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경 기상청 대변인은 "온열질환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며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야외활동 등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식중독, 열사병, 탈진 등 건강 관리에 신경쓸 것"을 당부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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