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 관리·감독도 이렇게는 안 해…산인공, 검정시험 허술한 관리
응시생 609명 답안지 실수로 파쇄·폐기물 포대에 담겨
한 달 만에야 인지…단순 확인만 거쳤어도 없었을 사고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에서 시행 중인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응시생들이 제출한 답안지가 채점도 전에 통째로 버려지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인공의 허술한 시험관리가 원인으로 드러났는데, 채점을 위해 답안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1개 고사장(응시생 609명분)의 답안지를 폐기물로 분류해 모두 파쇄한 것이다.
공단은 이 같은 사실도 시험을 치르고, 한 달이 지난 후인 이달 20일에서야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산인공에 따르면 산인공은 지난달 23일 '정기 기사·산업기사 1회 필답형 실기시험'을 치렀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서울서부지사 소속 고사장이다.
서울서부지사에서만 16개 고사장(전체 응시인원 8883명)에서 시험이 치러졌는데, 그중 1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자 609명의 답안지가 사라졌다.
산인공이 검정 업무를 주관하는 정기 기사시험은 정보처리기사, 전기기사, 토목기사, 산업안전기사, 건축기사, 가스기사 등 산업 전반의 전문성을 보는 시험이다.
신청 수요를 받아 통상 1년에 4회 정도 치러지는데, 워낙 자격증 종류가 많고, 수요가 다양하다보니 응시 직종은 달라도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문제가 된 1개 고사장에서도 모두 61개 직종의 시험이 치러졌다.
당일 시험 종료 후 서울서부지사에서는 소속 16개 고사장에서 나온 18개 답안지를 봉인해 곧장 공단 본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전국 각지 고사장에서 모인 답안지들은 1차적으로 공단 본부에 보관한 뒤 다음 날 모처에 위치한 채점 센터로 옮겨진다.
보통 이 과정에서는 보관해야 할 답안지와 여타 인쇄물·파지 등을 구분해 포대에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잔여문제지나 인쇄물 등도 보안 문제로 일단 수거해 폐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라진 609명의 답안지가 봉인된 포대가 보관해 옮겨야 할 '답안지 포대'가 아닌 '폐기물 포대'로 들어가면서 일어났다.
다음 날인 24일 채점 센터로 옮겨진 답안지는 채점 전까지 별도 마련된 금고에 보관하는 '2차 봉인'을 거치는데, 애초 폐기물 포대에 담긴 답안지 1개 포대는 여타 폐기물과 함께 파쇄해 버린 것이다.
전날 분류 실수로 답안지를 잘못 포대에 담았더라도, 채점 센터로 옮겨 2차 봉인하는 과정에서 한 번의 확인절차만 거쳤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폐기물로 분류된 답안지는 곧장 파쇄됐고, 공단이 추후 이를 알고 파쇄 업무를 진행한 위탁업체에 문의했지만 단 한 명의 답안지도 건질 수는 없었다.
심지어 공단은 609명의 답안지가 사라진 것도 시험이 종료된 후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야 인지했다. 채점실에서 채점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각 종목별 응시자와 답안지를 대조해보다가 609명의 답안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지난 20일 인지했다고 한다.
이날 어수봉 산인공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겠다.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공단은 수험생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수험자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 자격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6월 1~4일까지 나흘간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시험 결과도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인 6월9일 함께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 외의 수험자에 대해서는 정기 기사·산업기사 2회 시험 접수에 지장이 없도록 추가시험 기회를 6월 24~25일 양일간 제공하고, 응시 미희망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환불하기로 했다. 이같은 추가시험은 해당 기간 중 응시자가 선택해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험장 접근성을 고려해 희망지역 내 공단 소속기관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공단은 이 같은 후속대책을 해당 응시자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을 통해 설명하며 사과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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