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타들어가는 느낌" 폭염에 배달노동자 건강 '위험수위' 증언

택배기사 '실신 사고'도 잇따라
라이더유니온 '폭염 속 노동자 증언대회' 개최

서울시내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분주하게 배달하고 있다. 2021.7.2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처음 배달 일을 시작할 때 살이 타들어 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달 2건을 했는데 손이 떨리고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배달을 중단하고 편의점에 가서 급하게 물을 마시니 괜찮아졌습니다"(한 배달노동자의 증언)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28일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증언대회'를 온라인을 통해 개최하고 폭염 속 배달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들은 폭염으로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다' '몸에 땀띠가 나서 괴롭다'고 호소했다. 높은 온도 때문에 업무에 필수적인 핸드폰이 충전이 불가능하거나 핸드폰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기도 했다. 또 건물 출입 시 발열 체크에서 체온이 높게 나와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배달노동자는 처음 배달 일을 시작할 때 폭염 대비법을 교육받지 못해 실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다른 배달노동자는 "더우니까 가벼운 자전거용 헬멧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안면과 두부 보호가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 덥더라도 인증받은 헬멧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어떤 배달노동자는 "얼음팩을 준비해서 하나는 헬멧 안에, 두 개는 옷 안에 넣고 있다"며 온열질환 예방 비법을 전수했다.

이진우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야외에서 일하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일하는 것이 시력과 안구 보호에 매우 중요하다"며 "선글라스 착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또 "두통이 발생하면 열사병, 일사병의 전조증상일 수 있으니 '물, 그늘, 휴식'하는 게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폭염과 장마 등 기후 재앙에 대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폭염에 라이더들이 쉴 수 있는 소형쉼터를 만들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27일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1.7.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온열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 실신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롯데택배 사상터미널의 한 대리점에서 일하는 남모씨(57)는 이날 오전 9시20분쯤 배송 상차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자리에 주저앉았고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 대리점 레일에는 선풍기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고 창문도 없어 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현장 기온은 39.4도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3일에는 롯데택배 서울복합물류센터 내 한 대리점에서 일하는 표모씨(50)는 출근 후 차량에서 탈진했다. 표씨 역시 동료들의 119 신고로 병원에 후송됐다. 노조는 당시 현장 기온은 35~36도였고 선풍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남에서도 택배노동자 2명이 호흡곤란이나 자리에서 주저앉는 증세가 나타나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있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