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가게운영보다 하루 3시간 배달 알바 수입이 낫다"

2배로 늘어난 배달노동자, 상당수 '투잡러 사장들'
"가게 시작 두달 남는 게 없어…생계용 배달 알바"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2020.9.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최동현 기자 = #. 보험사무실을 운영하던 김정환씨(가명·42)는 지난 7월부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계속되자 결국 자신이 대표로 있던 보험사무실을 정리했다. 왜 하필 배달이었냐고 물으니, 김씨는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했을 때, 배달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답했다.

김씨의 보험사무실은 주로 행사장에서 부스를 열고 대면 영업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김씨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고 김씨는 지난 2년간 운영했던 사무실을 닫았다.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김씨가 배달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아내는 만류했다. 아내는 "돈도 중요하지만 나가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김씨는 "조심해서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배달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얼마 전 교통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생겼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김씨는 늦둥이 아들이 "아빠, 옛날 일 그대로 하면 안 돼"라고 물어본다며 마음 아파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배달하면서 보험 일도 병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언제 잠잠해질지 예측할 수 없지 않냐"며 "계획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배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 중에서는 김씨처럼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져 투잡(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이나 직업에 종사하는 것)에 나선 자영업자나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2020.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2일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배달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배달을 1건 이상 수행한 배달기사 수는 118.8% 증가했다. 배달건수와 배달기사 모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배달대행기사 온라인 카페에서도 코로나19를 맞아 '투잡족'이 된 사장님들의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큰 꿈을 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시작해보자 하고 가게를 시작한 게 이제 두 달째. 해보니 결국 남는 게 없다.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되니 생각조차 못 해봤던 배달알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근데 가게에 12시간을 투자하는데, 그거 끝나고 하루 3시간 배달하는 게 돈이 더 벌린다. 그냥 가게 접고 전업으로 배달하면 훨씬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다른 네티즌 역시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많이 감소해서 카페 일이 끝나고 배달대행 투잡을 하려고 한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코로나가 터지고 주춤하다 다시 회복해서 잘 돼 가던 찰나에 이번 교회 사건으로 완전 폭망(폭삭 망했다)해버렸다. 월세만 330만원이다"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월27일~9월1일 도소매·음식·숙박·기타서비스업 소상공인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6.2%가 '8월 매출이 한 달 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약 5년 동안 무역업을 했다는 이석민씨(가명)도 "코로나19로 인해 물건이 잘 안 팔리면서 매출이 거의 안 나온다"며 "기존 사업에서 수익이 안정적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배달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뛰는 만큼 벌고 있다"며 "수입이 나쁘지 않다"며 만족해했다. 이어 "투잡으로 배달을 하는 분들을 몇 명 봤는데 자영업자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해 각 배달대행 업체들은 배달기사 인력수급에 나서고 있다. 바로고는 지난 26일 배달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기존 배달기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기사 약 5000명을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배달대행 온라인 카페에서는 '배달 기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초보, 투잡, 부업도 가능하니 지원해달라'는 구인 글도 속속 올라온다. 한 공고는 "직업으로 전업으로 하시려는 분, 투잡 식으로 하시려는 분, 시간날때만 틈틈히 하시려는 분 어느 경우라도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