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는 이별, 늑구는 탈출, 부캉이는 출몰…'서사 있는 동물'에 빠졌다
부캉이 보러 열흘간 60만명…늑구도 탈출극으로 화제
반려동물 문화에 애착 확장…위안·서사가 팬덤 키워
- 소봄이 기자,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윤주영 기자
"계속 보다 보면 귀엽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판다 '푸바오' 팬페이지를 운영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푸바오에게 빠졌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 뒤에는 근황이 궁금해 직접 중국까지 찾아갔다. 개인 기록용으로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팬페이지의 팔로워도 2000여 명으로 늘었다.
A 씨는 "가수나 배우를 좋아할 때보다 사건·사고 때문에 실망할 가능성도 적다"며 "푸바오는 한국에서 최초로 태어난 아기 판다인데 결국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더 애착을 갖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정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근황을 따라가며 애착을 보이는 '동물 팬덤'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첫 판다 푸바오뿐 아니라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 부산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처럼 맹수까지 팬덤의 대상이 됐다.
부캉이를 보기 위해 지난달 19~28일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60만 명에 달했다. SNS에는 건강 상태와 위치를 묻는 글이 이어졌고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지난 4월 탈출한 늑구도 일주일 넘게 포획을 피해 다니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시민들은 발견 소식을 공유하고 '자유를 찾아 떠난 늑대'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무사 귀환을 응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사람의 애착 대상이 다양한 동물로 넓어졌다고 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파충류나 거미에도 흥미와 호기심을 갖는 등 생명체 전반을 친숙하게 대한다"며 "애착의 대상이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동물로 다양해지고 동물을 향한 친숙함이 확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맹수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보편화하면서 야생동물에도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를 투영하게 됐다"며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과거처럼 직접적인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난 편안함도 동물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다. 임 교수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면 스트레스도 크지만 동물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며 "그런 관계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푸바오와 늑구, 부캉이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을 이어가게 한 저마다의 '서사'가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결국 중국으로 떠나야 했고, 늑구는 포획을 피해 탈출 생활을 이어가다 돌아가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부캉이는 도심 인공수로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장기간 머물면서 매일 '움직임 자체'가 이야기가 됐다.
A 씨도 "귀엽고 특이한 동물은 많지만 푸바오나 늑구, 부캉이에게는 사람들이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NS는 이런 서사를 빠르게 퍼뜨렸다. 부캉이를 소재로 한 게임과 암호화폐가 등장하고 늑구도 각종 이미지와 게시물로 재생산됐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야생동물을 향한 관심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친숙함이 생기고, 사람들이 여기에 서사를 부여하면서 다시 콘텐츠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은 "부캉이에 대한 관심은 전시된 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관심이 단순한 구경에 그치지 않고 동물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과 그 삶을 지키는 문제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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