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의 저수지' 될수도"…커진 책임만큼 '수사의 질' 높여야

[중수청·공소청 출범] ⑥"수사는 체득"…채용·교육부터 전문화
수사관들 고소·고발 부담 우려…외부 통제장치 실질화 필요

편집자주 ...오는 10월 2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고, 경찰의 권한은 커진다. 새롭게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그러나 공소청과 중수청의 개문발차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경찰 견제론은 커지고 있다. 뉴스1은 72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격변의 내용을 진단하고, 개정 형사소송법의 조기 안착을 위해 필요한 점들은 무엇인지 총 6편의 기사로 짚어봤다.

(서울=뉴스1) 소봄이 권준언 기자 = 오는 10월 2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시행을 앞두고 경찰로 향하는 사건은 늘고 있지만 수사 지연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처리하지 못한 사건까지 순차적으로 넘어오면 사건 적체가 더욱 심해져 경찰이 사실상 '사건의 저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는 만큼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 완결성과 질을 끌어올리는 것도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사건은 늘고 미제까지 넘어온다…지연·암장 막을 수 있나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보완수사를 포함한 검사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면서 송치 사건에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수사관들이 떠안고 있는 사건은 이미 늘어난 상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관 1인당 연평균 접수 사건은 2023년 110.4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2년 새 21.2% 늘었다. 전체 접수 사건도 같은 기간 248만4914건에서 297만3719건으로 19.7% 증가했다.

여기에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상당수가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지난 8월 기준 전국 검찰청 미제사건은 16만여 건에 달하지만 시행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 경찰은 실제 넘겨받을 사건 규모를 아직 정확히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전날(29일) 경찰청·해양경찰청·중수청 개청준비단 등 관계기관과 회의를 갖고 공소청 출범 이후 기존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사건의 이관 규모 및 이관 방안, 전자적 증거 처리 방안 등 실무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경찰 수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사건처리 지연이 더욱 심해지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이 충분한 검증 없이 그대로 종결될 경우 사건이 묻히고 피해자가 구제받지 못하는 이른바 '사건 암장'도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강동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사가 지연되고 묻히는 사건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 경찰이 사건의 저수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어렵거나 복잡한 사건 수사는 상당히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 늘려도 '숙련'은 별개…우수 수사관 붙잡아야

경찰은 하반기 약 2100명을 수사부서에 추가 배치하는 등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숫자만 늘린다고 곧바로 수사 역량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 수사력이 신뢰를 얻을 만큼 향상되지 못한 상황에서 단기간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팀장은 "사람이 없으니까 인력이 오는 것 자체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수사경과가 있다고 수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강력·형사 쪽 일은 몸으로 체득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결국 새로 투입되는 인력을 얼마나 빨리 숙련된 수사관으로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사 책임과 징계·고소고발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수사부서로 끌어들이기 위한 승진·인사상 유인책도 필요하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부서 기피를 줄이기 위해 승진과 정원(TO)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수사관에 대한 인사상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기존 수사 경력자나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재배치해야 사건 지연을 예방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수본이 별도로 인력을 채용하고 신임 교육 단계부터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등 인사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린 수사 신뢰…커진 책임만큼 지원·통제도

전문성 강화와 함께 최근 잇단 수사 논란으로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주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사 장기화와 증거관리 부실, 허위 종결 등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경찰이 약 1년간 수사한 김병기 무소속 의원 사건은 이달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과 일부 혐의의 증거 보강 필요성을 들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인멸돼 지휘·증거관리 문제가 불거졌고, 제주 실종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연락이 닿은 것처럼 사건을 허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는 새 체계에서는 이 같은 수사 결과에 대한 경찰의 책임도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커진 수사 책임은 개별 수사관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사건 관계인이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직무유기, 법왜곡 등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법왜곡죄 시행 6개월 만에 경찰에 접수된 관련 사건은 1002건, 고소·고발 등 관련 인원은 1만3953명에 달했다. 법 적용 대상 직군 가운데 경찰이 3971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961명, 법관 73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법왜곡으로 걸고넘어지는 게 문제"라며 "많이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개별 수사관에게 책임만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법률 판단을 지원할 장치와 수사 과정을 점검할 통제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29일) 국무회의에서 "이제는 정말로 사실상 수사 과정에서는 외부 견제가 쉽지 않게 됐다"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 교정 시스템을 마련하고 감찰 기능을 강화·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강 교수는 "국민들은 누가 수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제대로 수사해서 처벌하길 바란다"며 "경찰 내부에 법을 잘 아는 사람을 채용하거나 수사자문위원 같은 제도를 둬 어려운 법률 문제를 조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 단위로 100% 외부 인사로 구성된 '사건점검위원회'를 만들어 사건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너무 늦어지는 사건은 없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도 "지금 있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실질화해야 한다"며 "최소한 시행령이나 경찰청 훈령 정도에서 외부위원 중심으로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수사심의위원회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