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거머쥔 공룡 경찰...'사건 폭탄' 대비 인력 늘리고 통제 강화

[중수청·공소청 출범] ⑤수사 인력 대폭 ↑…전문성 확보 관건
불송치 기록 열람·등사 허용해 통제 강화…이의신청권도 확대

편집자주 ...오는 10월 2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고, 경찰의 권한은 커진다. 새롭게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그러나 공소청과 중수청의 개문발차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경찰 견제론은 커지고 있다. 뉴스1은 72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대격변의 내용을 진단하고, 개정 형사소송법의 조기 안착을 위해 필요한 점들은 무엇인지 총 6편의 기사로 짚어봤다.

경찰청

(서울=뉴스1) 이세현 권준언 기자 = 72년간 이어진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 체계가 오는 10월 2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체계로 전환되면서 경찰의 역할도 크게 달라진다. 검사의 직접 수사가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맡는 중대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 등 일반 범죄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게 되면서다.

경찰 조직은 확대된 수사 책임에 맞춰 재편된다. 경찰은 제도 시행 초반 검찰 미제 사건 등 사건이 쏟아질 것을 대비해 기동대 등 다른 기능의 인력을 줄여 수사 부서를 보강하고, 추가 인원도 대폭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사건관계인의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확대하는 등 통제 장치도 강화된다.

수사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커지면서 이른바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이 새로운 조직 개편을 통해 새 형사사법 체계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대범죄 제외한 수사 대부분 맡아…'수사 중심' 조직 재배치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한 새 체계의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 폐지다.

형사사건의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이 맡고, 공소청 검사는 직접수사 대신 경찰과 중수청 등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 유지를 담당한다. 공소청 검사는 보완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등을 하는 방식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게 된다.

이러한 형사사법 체계 재편에 따라 대다수의 고소·고발 사건은 경찰이 맡게 된다. 중수청이 담당하는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 법왜곡죄 등 범죄에 대한 일부 고소·고발만 중수청에 접수된다.

경찰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수사 부서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일선 기동대 등의 정원을 줄여 확보한 인력을 일선 경찰서 통합수사팀과 여성·청소년 수사 분야 등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검사의 보완 수사가 폐지되면서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보완 수사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수사팀을 중심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경찰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시행에 대비해 하반기 수사인력 약 2100명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수사 인력 부족과 관련해 "다른 업무를 조정해서 약 4000명 정도의 인력이 수사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수사 전문인력 자격인 수사경과자를 수사 부서에 우선 배치하고 현장 수사관을 대상으로 개정 형사소송법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와 시도경찰청, 일선 경찰서에는 제도 시행 이후 법령 해석이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지원할 전담 체계도 마련한다.

다만 경찰은 아직 검찰로부터 넘겨받을 사건의 숫자를 정확하게 특정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10월 2일 이후에도 검찰이 최대 90일간 기존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준 검찰이 다 털어내지 못한 미제사건은 16만5000건에 달한다.

경찰은 급한 대로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한 사건을 경찰 명의로 전환하는 작업부터 진행하고 있다. 10월 2일 이후 피의자가 검거되면 경찰이 체포 주체가 돼 48시간 이내에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현재 약 2100건으로, 지난 21일 기준 약 1570건의 전환 작업이 이뤄졌다. 경찰은 법 시행 전까지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주
커진 권한만큼 통제도 강화…고소·고발 사건 3개월 내 처리·이의제기권 확대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지는 만큼 통제 장치도 강화된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경찰은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면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에 송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6개월이 지나도 진척이 없다면 당사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경찰은 이의 제기를 받으면 14일 안에 수사 경과와 담당자 교체 여부 등을 검토해 통보해야 한다.

또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등이 수사 관계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이 어떤 근거로 사건을 종결했는지를 사건관계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건관계인은 경찰이 검토한 증거와 불송치 판단의 근거를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더욱 구체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경찰 입장에서는 불송치 결정의 근거를 이전보다 충실하게 기록하고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공소청을 통한 사법적 통제도 유지된다.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는 없어지지만, 경찰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 등의 장치는 남는다.

공소청 검사는 필요한 경우 경찰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사건 송치나 타 기관 이송 요구, 담당 경찰에 대한 징계 요구도 가능하다.

"우리도 처음"…늘어난 사건에 수사 전문성 시험대

10월 이후부터는 경찰이 늘어난 사건을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하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경찰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단기간에 인력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숙련된 수사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가 사라진 자리를 경찰의 보완 수사로 메울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현직 경찰관은 "당장은 우리도 처음 해보는 제도"라며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고 조금씩 대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공룡 경찰'의 탄생으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긋고 있다.

홍석기 국수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하는 건 2021년에 일어난 일이고, 2026년 10월 2일부터는 중수청이 하는 수사가 늘어나면서 경찰만이 수사하는 범위는 오히려 줄었다"며 "'공룡 경찰'이라는 부분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