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팔고 포기했는데"…피싱 피해금 263억, 1137명에 돌아갔다
"부모님께 죄송해 자책했는데…2500만원 돌려받아 살 만해져"
가상자산거래소 계정 1050개 추적…10월부터 피해환급제 적용
- 소봄이 기자, 윤지오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윤지오 기자 = 보이스피싱으로 9500만 원을 잃은 5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지인에게 빌린 피해금을 갚기 위해 살던 집까지 팔았다. 월세로 옮긴 이 씨는 피해금을 되찾는 건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던 지난 7월 경찰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3월 보이스피싱범에게 보낸 돈 가운데 일부가 가상자산거래소에 남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서울경찰청을 찾아 서류를 접수한 뒤 약 사흘 만에 2200만 원을 돌려받았다. 네 차례에 걸쳐 송금한 9500만 원 중 2500만 원이 가상자산으로 바뀌어 거래소에 남아 있었고, 환급 시점 가치로 약 2200만 원이었다.
2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따르면 경찰은 2023년 9월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동결돼 있던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약 263억 원을 피해자 1137명에게 환급했다.
경찰은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피해금 유입으로 동결된 가상자산거래소 계정 1050개를 추적해 피해자를 특정했다. 거래소·은행과 협업해 피해자를 확인하고 동결 계정 명의자의 반환청구권 포기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환급을 진행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금 약 381억 원 가운데 거래소에 남아 있던 약 263억 원이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나머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돈 등이다.
그동안 은행 계좌에 남은 보이스피싱 피해금과 달리 가상자산거래소에 흘러간 돈은 피해자에게 돌아가기 쉽지 않았다. 거래소가 은행 등으로부터 피해금 유입 사실을 통지받으면 계정을 동결할 수 있었지만 피해자를 특정할 정보를 전달받을 법적 근거가 없어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은행 등으로부터 피해금 유입 사실을 통지받은 계정은 약관에 따라 동결해 자산이 추가로 이동하지 않도록 보전했다"며 "이후 경찰이 자금 추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정보를 공유하면 필요한 확인 절차를 거쳐 환급이 이뤄지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환급 연락조차 또 다른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4000만 원을 잃은 미용사 박 모 씨(46)는 "1년 넘게 지나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려고 했다"며 "남편과 직접 경찰청을 찾아 확인한 뒤 피해액의 절반인 약 2000만 원을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해 6월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에 당한 20대 간호사 김 모 씨도 약 2500만 원을 환급받았다. 대출까지 받아 피해금을 마련했던 김 씨는 "피해 이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자책을 많이 했다"며 "환급받은 돈으로 대출을 거의 다 갚았다. 정말 이것만으로도 너무 살 만해졌다"고 말했다.
환급액은 거래소에 남은 피해금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금이 이미 다른 가상자산 지갑 등으로 빠져나갔다면 돌려받을 수 없지만 자금 이동 전 동결됐다면 전액 환급도 가능하다.
경찰은 동결이 해제된 뒤 피해금을 임의로 처분한 가상자산거래소 계정 명의자 130명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이 처분한 피해금은 약 30억 4000만 원이다. 경찰은 이들의 보이스피싱 가담 여부와 별개로 피해금 임의 처분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10월 1일부터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돼 가상자산사업자도 피해환급 제도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거래소 내부 피해금 반환 기준과 수사기관 협조를 통해 환급했다면 앞으로는 법에 따른 피해구제 절차가 적용될 예정이다.
빗썸 측은 "개정법 시행에 맞춰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행 이후에는 법령과 관계 기관 협의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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