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양가 한우선물 사려다 '깜짝'…고물가에 움츠러든 지갑
"5만원권이 용돈 기본"…"외식 대신 할인 매장서"
추석 지출 73만원 육박…10명 중 6명 "매우 부담"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추석을 앞두고 부모님 선물과 가족 식사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고물가 영향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선물부터 외식비, 용돈까지 부담이 커지면서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2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추석 선물 예산을 15만 원 안팎으로 잡은 직장인 최 모 씨(38)는 최근 백화점에서 과일 선물 세트를 둘러보다 가격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사과 4개와 배 1개, 멜론 1개, 샤인머스캣 1송이가 담긴 혼합 과일 세트만 해도 10만 원대였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이 정도 예산이면 그래도 고를 수 있는 게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둘러보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10만 원대인 게 오히려 싼 건가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까지 마친 예비 신부 서 모 씨(32)도 양가 부모님께 드릴 추석 선물로 한우를 알아보다 가격 부담을 실감했다. 서 씨가 온라인에서 살펴본 한우 1등급 구이용 선물 세트는 할인을 적용해도 1㎏에 20만 원대였다.
서 씨는 "사실상 결혼 후 첫 명절인 셈이라 양가 부모님을 모두 챙겨드리고 싶은데 한우 1㎏씩만 보내도 40만 원 가까이 든다"며 "여기에 용돈까지 따로 드리기에는 부담이 커서 선물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추석 지출액은 70만 원을 넘어섰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전국 만 20~69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추석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전체 예상 지출액은 평균 72만863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1만2300원보다 1만6330원(2.3%) 늘었다.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한 것은 부모님 용돈이었다. 해당 항목에 지출할 계획이 있는 응답자를 기준으로 평균 30만 4900원이었다. 명절 음식·상차림 비용은 평균 22만 3900원, 교통·체류비는 19만 23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지출액 증가 폭은 크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졌다. 추석 지출이 '매우 부담된다'고 답한 비율은 60.8%로 지난해 51.2%보다 9.6%포인트 높아졌다.
부담이 커지자 외식 대신 집에서 명절 식사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윤 모 씨(42)는 올해 가족 외식 대신 대용량 할인 매장에서 고기를 사 집에서 구워 먹기로 했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으면 고깃값에 술과 식사류까지 더해져 비용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윤 씨는 "지난해에는 가족들과 식당에서 고기를 먹었는데 올해는 가격을 따져보니 집에서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은 돈이면 고기를 더 넉넉하게 살 수 있어 대용량 할인 매장에서 장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5만 원권이 생긴 뒤로 용돈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조카가 5명인 이 모 씨(35)는 "5만 원권이 생긴 뒤로 용돈 기준도 5만 원이 기본이 된 것 같다"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1만~2만 원을 주기도 애매한데 다섯 명에게 5만 원씩만 줘도 25만 원이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유 모 씨(33)는 올해 큰돈을 드리는 대신 10만 원에 정성을 더한 '용돈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일찍 고향으로 떠나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유 씨는 "마음 같아서는 30만 원, 50만 원씩 두툼하게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요즘은 1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으니 적은 돈이라도 재미있게 드리고 싶다"고 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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