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수? 여긴 없어요"…경영난 남부터미널, 상권 '찬바람'
손님 줄고 노선 줄고 '악순환'…철도에 경쟁력 밀려
-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21일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서초구의 서울남부터미널 대합실. 원래였으면 입점 상가가 들어섰어야 할 한쪽 벽면 전체에 회색 알루미늄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셔터를 기준으로 나눴을 때 20개 남짓인 구역에 문을 연 상가는 편의점을 포함해 5곳뿐이었다. 간판에 A4용지가 다닥다닥 붙어 '우동'이란 글씨만 보이는 상가 안은 창고로 쓰이고 있어 식당이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합실에서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60대·여)는 "추석 앞두고 손님이 좀 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명절 특수 그런 게 어딨냐"며 손을 내저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후로 (대합실 입점)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우리만 남았다"며 "고물가에 손님이 줄어드니 버스 노선도 줄고, 차편이 없으니 손님은 더 안 오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2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버스 업계는 경영 악화로 시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소했던 수요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버스 업계의 경영난은 노선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외버스 노선 수는 2019년 기준 3335개에서 지난해 3177개로 4.7% 줄었고, 고속버스는 2019년 208개에서 지난해 164개로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승객 수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시외버스 승객은 2019년 일평균 54만 명에서 지난해 27만 명으로 6년 새 50%가량, 고속버스 승객은 2019년 8만 3000명에서 지난해 5만 8000명 수준으로 30% 빠졌다.
이 같은 경영난은 주변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인들은 터미널 유동인구를 노리고 터를 잡았지만 갈수록 손님이 줄면서 하나둘 상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남부터미널에서 청소 업무를 시작했다는 직원 주 모 씨(70·남)는 "여기는 명절 전후로도 승객들이 통 없더라"며 "올해 설 연휴에도 그리 붐비지 않았다. 서울역과 비교하면 조용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남부터미널 운영사인 엔티산업은 7월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힘드니 면허 반납 절차 등을 안내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초구에 발송했다. 현재 이 공문은 서울시로 이첩돼 검토 중이다.
고속철도와의 경쟁에서 밀린 점도 버스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버스 업계가 내세웠던 '가격 경쟁력'은 최근 철도 운임 인하와 버스 운임 인상이 맞물리며 묻힐 위기에 처했다.
9월 1일부터 KTX와 SRT가 통합 운행을 시작하면서 철도 운임은 SRT 수준에 맞춰 평균 10% 저렴해진다. 반면 시외·고속버스는 경영난 심화로 10월부터 운임 상한을 9%씩 올리기로 했다.
직장인 원 모 씨(28·여)는 "남부터미널 근처에 사는데도 조금 더 이동해 수서역에서 기차를 타는 편"이라며 "이제 철도 운임이 내려가니 버스와의 가격 차가 크지 않은 데다 기차는 지연이 심하지 않고 역사 시설도 좋아서 이용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로교통학과 교수는 "철도 경쟁력은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버스 업계가 자생적으로 탈출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철도역이 없는 지방을 중심으로 버스 준공영제나 정부·지자체 차원의 운영비 투입 등 공공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광진구가 추진 중인 '동서울종합터미널 현대화 사업'처럼 노후화된 터미널 시설을 개선하고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혔다. 이날 찾은 광진구의 동서울종합터미널 지하는 모든 상가가 공실 상태로 공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고 교수는 "터미널 공사가 당장의 경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교통 인프라가 한 번 발전하면 주변 상권 활성화와 일부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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