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풀리지만 농어촌 여성·청소년 사각지대…'부모 동의' 쟁점
거주지 따라 병원 접근성 달라…"처방·후속조치 병원 지역서 찾기 힘들어"
혼자 내원 어려운 청소년…투약 연령·보호자 동의 논의 필요성 대두
- 신은빈 기자, 이비슬 기자, 안소연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이비슬 안소연 기자 =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임신중지 약물을 제도권 내에서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의료 기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거주 여성이나 청소년에게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약물 도입 공식화를 뒷받침할 후속 입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세심한 가이드라인이 수반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전날(16일)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정'을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공식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임신 9주(63일) 이내 사용을 전제로 식약처 심사 후 허가하고, 도입 초기 2년 동안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한다. 임신중지 관련 형법 조항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으로 효력을 상실했지만, 약사의 조제·판매 행위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선 의사 직접 조제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정식 도입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 이후 약 7년 만이다. 오랜 제도적 공백으로 그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 불법 유통돼 온 만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도입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대학생 유민영 씨(24·여)는 "그간 불법적인 경로로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구입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합법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신체뿐 아니라 장기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자기 결정권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기 2년간 의사 처방·조제 중심의 제한적인 도입 방안이 약물 이용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부인과가 임신중지 지원과 약물 제조를 병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려면 지역별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지금도 지방에는 임신중지 지원 병원이 수도권보다 적은 만큼 거주지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대학생 소 모 씨(25·여)는 "경주는 큰 산부인과가 없어서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받으려면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며 "의사 진단을 받고 안전한 약을 받는 게 좋지만 지역에선 갈 만한 병원이 많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셰어) 대표는 "산부인과가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처방과 후속 조치까지 하려면 시설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진다"며 "이를 갖출 만한 의료기관은 지역에서는 수가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의 임신중지 약물 이용을 둘러싼 제도 보완은 숙제로 남았다.
임신중지를 하려는 청소년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상당수의 병원이 혼자 내원한 청소년에게 이를 요구하는 실정인 만큼 구체적인 제도 설계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신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약물을 미성숙한 청소년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식약처가 심사 중인 미프지미소정의 허가 신청 사항에는 별도의 투약 연령 기준이 포함돼 있지 않다.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의료기관을 찾아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직장인 윤 모 씨(28·여)는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와 보호를 통해 약물을 신중하게 투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보호자 동의를 일률적으로 요구한다면 가정 밖·성폭력 피해 청소년 등 외부 도움을 받기 힘든 청소년이 제도권 밖에 방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여성학 박사)은 "청소년이 임신중지 시 보호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방안이 암묵적인 관행으로 자리를 잡으면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기 어렵거나 조력을 받기 힘든 청소년이 원치 않는 출산을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평등부는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추후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청소년기의 경우 특별한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보호자 동의 여부 역시)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 체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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