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에 손가락 '쑥'…'몰상식 관람객'에 경복궁 골머리
5년 전 대비 관람객 6배…"사람 많아 특정 어려워"
창호지는 유산 아닌 소모품, 문화재보호법 적용 안 돼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경복궁 곳곳에 창호지에 손으로 뚫은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발견돼 경복궁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람객이 늘어나 현장 포착이 어려울뿐더러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도 마땅하지 않아 문제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조선시대 왕의 침전으로 이용됐던 경복궁 강녕전 창호지에 빼곡하게 구멍이 뚫린 사진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에선 손이 닿기 용이한 위치를 중심으로 창호지가 뚫려 있었다.
경복궁관리소는 대체로 관람객에 의해 창호지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강녕전 일대 문틀의 창호지는 곳곳에 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
경복궁관리소는 봄, 가을철 정기적으로 훼손된 창호지를 점검하기에 아직 창호지 점검 주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훼손이 심한 창호지가 발견됨에 따라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부분적으로 창호지 교체가 이뤄졌다. 이에 이날 강녕전의 창호지는 대체로 깨끗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강녕전을 둘러싼 건물들은 사람 손이 닿기 쉬운 위치를 중점적으로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었다. 강녕전을 마주하는 남쪽 행각(궁궐에서 전각을 둘러싼 통로 형태의 건물)은 14칸 중 8칸의 창호지에 구멍이 있었다.
최근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는 데는 경복궁 관람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 관람객 수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08만 5188명에서 지난해 688만 6650명으로 약 6.3배 늘었다. 이날도 경복궁 관람이 시작된 지 30여분 만에 매표소와 출입구엔 수십 명의 관람객이 줄을 섰다.
문제는 현재는 현장에서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 등 문제 행위를 하더라도 딱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인 경복궁은 담장까지를 포함한 전 영역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2023년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 등으로 담장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과 공조해 피의자를 추적하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 행위는 '문화재 손상'으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이 실질적으로 어렵다. 창호지 자체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산'이 아닌 소모품인 탓이다.
문화유산법은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창호지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현장 관리 인력이 관람객 계도와 안내를 맡아 창호지를 뚫는 행위가 있을 경우 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창호지를 뚫는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경복궁 관계자는 "조류가 문을 뚫는 경우도 있고 관람객이 워낙 많아 (창호지를 뚫은) 대상을 특정할 수 없다"며 "특정 대상을 확인해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인 예산으로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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