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에 콜센터 차리고 '노쇼 사기'…조직원 10명 검거
'도박 손실 보상' 미끼로 계좌 가로채 범행 이용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태국 파타야에 콜센터를 차리고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로 6억 원을 가로챈 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통상 대포계좌 모집책으로부터 계좌를 사들이는 것과 달리, 이들은 도박 사이트 이용자를 속여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범행 계좌를 직접 확보했다. 이후 해당 계좌를 노쇼 사기 피해금을 받는 데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피싱사기수사2계는 범죄단체가입·활동과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직원 1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8일까지 도박 사이트 이용자를 속여 범행 계좌를 확보한 뒤 공공기관을 사칭해 설비 납품업체에 물품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22명에게 약 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먼저 조직원들은 사설 도박 사이트의 영업팀장인 것처럼 행세하며 해당 사이트에서 돈을 잃은 이용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보증보험사를 통해 손실금을 보상받으려면 본인 명의의 새 계좌에 거래 내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속였다. 피해자가 계좌를 개설하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넘기면 이를 사용해 노쇼 사기 피해금을 받는 데 이용했다.
계좌를 확보한 조직원에게는 건당 300만 원의 수당이 지급됐다. 범행에는 도박 사이트 영업팀장 명함과 손실보상금 청구서 등을 위조해 사용했다.
범행 계좌를 확보한 후에는 국내 영세 설비·물품 납품업체를 상대로 노쇼 사기를 벌였다.
조직원들은 대학교, 교육청, 교도소,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직원인 것처럼 접근해 물품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신뢰를 쌓은 뒤에는 소방점검에 급히 필요한 물품이 있다며 피해 업체가 취급하지 않는 질식소화포나 소화기 등을 특정 판매업체에서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소개한 판매업체는 범죄 조직이 만든 가짜 업체였다. 당초 주문한 물품값과 대리구매 비용을 함께 지급하겠다고 속여 피해 업체가 먼저 돈을 보내게 한 뒤 이를 가로챘다.
대리구매 대금은 앞서 도박 사이트 이용자에게서 확보한 계좌로 들어갔다. 노쇼 사기에 성공한 조직원은 가로챈 금액의 10%를 수당으로 받았다.
조직은 태국 파타야에 위치한 리조트 1~3층에 콜센터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했다. 50대 남성인 한국인 총책은 이후 관리팀장과 상담원 등을 모집해 조직을 꾸렸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조직원들의 여권과 범행용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고, 조직원들을 3명씩 나눠 서로 다른 층에서 생활하게 했다. 팀 사이의 연락도 제한했다.
검거된 조직원은 모두 20~30대 한국인 남성으로, 일부는 경기도 안양시를 거점으로 한 폭력조직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3월 30일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태국 수사 당국과 공조해 약 한 달 만인 4월 27일 현지를 합동 단속했다. 현장에서 조직원 9명을 검거해 5월부터 8월까지 차례로 국내로 송환하고, 국내에서 조직원을 모집한 1명도 추가로 붙잡았다.
경찰은 조직 결성 약 2개월 만에 조직원 대부분을 검거했다. 계좌 모집비와 노쇼 사기 성공 수당 등으로 받은 범죄수익 5700만 원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현지 단속 당시 달아난 총책 등 잔여 조직원에 대해서는 각국 수사 당국과 공조해 추적 중이다.
이계형 서울경찰청 피싱사기수사2계장은 "도박·투자 사이트의 손실보상을 빙자해 계좌 개설을 요구하거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다른 업체의 물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하면 절대로 응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범행 시작 2개월도 안 돼 일당 대부분을 붙잡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해외 현지 수사를 이어가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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