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7억 들여 전기차 충전기 늘리는데…화재 관련 통계 '전무'

5년간 전기차 충전기 6배·충전중 화재 3배 증가
과충전 제어장치 없는 완속 충전…화재 위험도↑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설 관련 예산이 5457억 원 편성되며 전기차와 충전시설 공급은 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화재 예방책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충전 중 전기차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약 14억 원에 달했다. 전기차 충전 중 화재는 최장 9시간 이상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5년간 총 화재 건수는 50건으로 많지 않았으나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4건이었던 충전 중 전기차 화재는 2025년 13건으로 3.25배 늘었다.

전기차와 충전기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충전중' 전기차 화재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 등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기차 충전기 수는 2021년 7만 9454기에서 48만 3388기로 6배가량 늘었다.

충전기 화재 느는데 통계 없어…"2007년 시스템, 신종 설비 입력 항목 반영 안돼"

정부는 올해 충전 인프라 예산 5457억 원을 들여 충전기 설치를 지원하는 등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으나 전기차 충전 중 화재와 관련해선 통계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소방청은 최근 5년간 전기차 충전시설 관련 사고 신고 현황 관련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존 화재 50건에 대해서도 "전기차(차량 측)와 충전설비(설비 측)가 전기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발생해 어느 쪽이 발화 원인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한 고유번호·제조사·모델명과 급속·완속 여부 등에 대해서도 별도 관리가 없는 상황이다.

소방청은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은 2007년에 구축된 시스템으로 전기차 충전설비 등 신종 설비의 세부 제원은 입력 항목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향후 국가화재정보시스템 고도화 ISP 사업과 국가화재분류체계 태스크포스(TF)팀 운영을 통해 분류체계 개편 시 개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14일 오전 2시 14분께 충남 아산시 모종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돼 있던 벤츠 EQC400 4MATIC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 모습.2024.11.14 ⓒ 뉴스1 이시우 기자

안전장치가 장착됐을 경우 충전율 80~90% 수준에서 충전을 중단하는 장치를 통해 과충전을 방지할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제어 장치가 장착된 급속 충전기와 달리 아파트 등에 주로 설치되는 완속 충전기 가운데 제어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장 큰 전기차 화재 원인 중 하나가 충전기 과충전"이라며 "충전 제어가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상웅 의원은 "정부가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 숫자를 늘리는 데만 몰두하고 정작 화재 원인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한다면 이는 명백한 안전행정의 공백"이라며 "국민 세금 수천억 원을 들여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어떤 충전기에서 왜 불이 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