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이어 사인 논란…경찰 지휘부 대응도 도마
부 경장 구속 송치했지만 장씨 사인은 여전히 '불명'
지휘부 엇갈린 메시지에 혼선…여권 "경찰 개혁 필요"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경찰이 30대 여성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부 모 경장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으로 꼽혀온 실종 여성 장 모 씨의 사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장윤기 사건에 이어 제주 실종 사건에서도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지휘부가 장 씨의 사인에 대해 발언할 때마다 논란이 커지면서 경찰의 사건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경찰청은 1일 직무 유기,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부 경장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장 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한 후 '실종자와 연락됐고, 신변에 이상이 없다'며 신고자에게 허위 사실을 통보하고 내부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망' 코드를 입력한 후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7월 60대 남성 실종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신고자에게 허위 사실을 통보하고 '소재 발견'으로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도 있다.
다만 이날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장 씨의 사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며 사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씨는 실종된 지 104일 만인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초기에는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후 장 씨가 해당 장소를 평소 무서워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지난달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장 씨 사건과 관련해 타살 가능성을 51.1%로 본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젊은 여성이 야밤에 나가 야자수 나무에다 목맴사? 소가 웃을 일"이라고 적으며 경찰의 초기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야자수 농장에서 목맴사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재연 실험까지 했지만, 이날까지도 장 씨의 사인을 자살 또는 타살로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재연실험의 정확한 결과는 분석 중이며 추가 재연실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며 "장 씨 휴대전화 포렌식은 아직 진행 중이며 전화에서 자료를 추출해 놓은 상태로 사망 동기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논란은 경찰 지휘부의 대응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장 씨의 사인과 관련해 "목맴사로 추정된다고 보고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과수 측은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에서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남아 있던 목뿔뼈 부분에서 골절이 발견됐다"며 "목뿔뼈는 설골이라고도 불리는 매우 얇은 뼈로, 부검 결과 사진에서는 가운데 부분이 분리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다만 "고도 부패 및 부분 백골화로 외상과 질식 등을 논하기 어려우며 사후 부패 과정에서 동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의관은 감정 결과 장 씨의 사망 원인으로 의사(縊死·목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
한 현직 경찰관은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행이 섣불리 발언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후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장 씨 사건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경찰이 자살 가능성에 대한 판단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보도가 이어지자, 경찰청은 같은 날 오후 공지를 통해 국과수 감정 결과가 "사인은 부패로 인해 불명이나 의사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이 앞서 경찰이 공개한 '의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존 발표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치자 추가 설명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국수본부장의 발언이 특정한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우려해 최대한 원론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 지휘부가 사인을 둘러싼 메시지를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허위 종결부터 초동 수사, 지휘부의 사건 대응까지 잇따라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개별 수사관뿐 아니라 수사·지휘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권에서도 경찰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에 이어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2차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에도 9일 동안 수색 작업에 실종팀 4명만 투입했다고 한다. 수색 범위도 한정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인에 대한 경찰의 초동 판단에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의 사건 처리와 지휘·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전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제서부경찰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경찰서 지휘라인 4명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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