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커지는데 '부실 수사' 반복…전문성·시스템 개선 시급
[시험대 선 경찰] ①형소법 시행 코앞인데 비위 잇달아
수사 검증·법리 판단 능력 키워야…면허제 도입 제안도
- 이세현 기자, 윤주영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윤주영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 최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와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 사건이 발생하며 잇따라 경찰의 수사 과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경찰이 커지는 수사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담당 경찰관 개인의 일탈과 관리·감독 실패가 문제로 지적됐지만,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수사 부실을 개별 경찰관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수사관의 법률·증거분석 역량뿐 아니라 사건을 검토하고 종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걸러낼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10월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수사 책임이 한층 커지는 만큼, 개별 수사관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 스스로 수사 비위를 발견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검증·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실종 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구속된 이후 줄곧 진술을 거부하고 혐의를 부인하던 부 모 경장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장 씨와 60대 남성 등 2명의 실종자와 통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요 혐의를 시인했다.
최초 신고 당시 장 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7차례 조회하고도 장 씨와 대면하거나 실제 통화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두 달 뒤 가족의 재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 장 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16차례 조회했는데, 이 가운데 4차례는 부 경장이 직접 실시하는 등 재수색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에서 문제는 담당 경찰관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담당자의 판단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비위를 다른 사람이 확인하고 바로잡을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점도 핵심 쟁점이다.
장윤기 부실수사 사건에서도 현직 경찰인 장윤기 아버지와 그에게 수사 내용을 유출한 경찰관 등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문제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비위나 부적절한 처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경찰청은 중요 사건에 대한 상급자의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결재권자를 한 단계 더 두는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형식적으로 결재 절차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을 다른 시각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팀장·과장의 이중 확인은 필요한 조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중요하거나 종결되는 사건은 법리와 증거를 한 번 더 검토하도록 하는 등 수사관의 전문성을 계속 높이면서 수사의 오류를 조직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 사건이나 종결 단계에서는 2명 이상이 교차 확인하고, 미발견 사건은 24시간·48시간 단위로 자동 재검토해야 한다"며 "담당자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거나 사건이 과도하게 몰리면 바로 다른 수사관에게 재배당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건이 한 사람의 판단에 사건이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사심사관 제도를 강화해 중요 사건이나 종결 사건에 대해 한 번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제외한 대다수 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책임이 커진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축소·폐지되는 수사체계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리를 판단하고 증거를 분석해 사건을 완결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경찰에 수사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많더라도, 수사 결과에 법리를 적용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는 별도의 법률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이 지금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특채하고 있지만, 이를 좀 더 우선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선 경찰서에서도 변호사 출신들을 많이 채용하고 수사 심의 위원으로 초빙해서 법률 전문가들에게 법리 검토를 자문받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관이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법률 전문가가 그 판단의 법적 타당성을 다시 확인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강 교수 역시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 차원의 전문성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경찰의 수사 책임이 더 커지는 만큼 개별 수사관의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초임 수사관부터 팀장급까지 변화하는 법률이나 새로운 범죄 수법, 디지털 증거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 시간과 대체인력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권 확대에 맞춰 전문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려면 '사람의 역량'과 '시스템의 통제'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교수는 경찰관의 자격을 일정 주기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면허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경찰관 면허제도를 만들어 비위나 문제가 있는 경우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지 못하면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수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판단의 위험을 경찰관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수사 회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소송을 당할 경우 개인이 책임을 떠안는 부담 때문에 수사를 회피하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폭적인 송무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찰에 채찍을 들려면 그만큼 경찰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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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당장 10월부터 경찰 수사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그러나 최근 연달아 터져 나오는 부실 수사와 내부 비위 논란은 경찰개혁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되묻고 있다. 수사권 확대에 걸맞은 역량과 책임을 갖춘 경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개별 수사관의 전문성과 책임성부터 사건을 걸러내는 내부 통제, 지역 유착을 차단할 인사·지휘체계와 현장 중심의 조직 운영까지 경찰 수사를 둘러싼 구조적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