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참변' 가양동 아파트 화재…스프링클러 없고 자동확산소화기만
경찰·소방 1차 합동감식 3시간만 종료…전기적 요인 가능성 살펴
추락 추정 희생자, 정확한 사망경위 의문…13일 국과수 부검 마쳐
- 윤주영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 지난 11일 모자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화재에서도 구축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준공 30년이 지난 이 영구임대아파트에는 자동확산소화기가 설치됐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확산소화기는 작은 범위의 진화에 도움이 되지만 더 넓은 범위로 퍼진 화재를 잡으려면 스프링클러가 효과적이다.
14일 소방에 따르면 경찰·소방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불이 난 가양동 아파트 15층 한 세대에서 첫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지난 화재로 이 집에 살던 모자지간이었던 30대 남성 A 씨와 60대 여성 B 씨가 숨졌다.
지난 12일 소방 언론공지에 따르면 희생자들의 집 안 작은 창고 방에서 원인 미상의 불이 최초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합동감식에서 최초 발화지점에 대한 구체적 조사와 증거품 확보 등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조사 인력으로 투입돼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살폈다.
현장서 만난 소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자동확산소화기는 작동하긴 했으나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화재를 감지해 자동으로 소화약제를 방출·확산시켜 국소적으로 소화하는 시설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못한 노후 아파트에 대안적으로 보급되는 중이다. 스프링클러보다 설치가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불의 초기 확산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소화 범위가 협소한 데다 지속해서 넓은 범위를 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동확산소화기에서 약제가 터져 한 번에 불이 꺼지면 다행인데, 그러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스프링클러와 달리 지속적인 진화 능력이 없다"며 "이미 크게 확산했거나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옆방 등 다른 곳에서부터 넘어오는 불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한편 희생자인 두 모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의문으로 남았다. 아파트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두 모자는 고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둘에 대한 부검을 마쳤으며, 서울 강서경찰서는 당시 외출 중이던 B 씨 남편으로부터 추가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B 씨 남편은 평소 불편한 다리를 치료받으러 병원에 가서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뇌 병변 장애를 앓던 B 씨를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시 화재로 이웃집에 살던 60대 여성 1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 4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소방 등은 오는 17일 오전 추가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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