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형 두고 돌아선 동생…상속 다툼 끝 '징역 20년' [사건의 재구성]
상속 토지 보상금 갈등하다 흉기 휘둘러 살해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미 늦었다."
2025년 1월, A 씨는 피를 흘리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형을 두고 돌아섰다. 75세의 피해자는 친동생인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결국 목숨을 잃었다.
모든 문제는 상속 재산으로부터 시작됐다. 형제는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김해시 인근 토지를 두고 다투던 중이었다.
A 씨는 형인 B 씨가 부친 명의로 등기돼 있던 김해시 소재 토지와 건물을 1990년경 B 씨의 명의로 이전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토지가 한국도로공사에 수용되면서 B 씨가 보상금을 받게 되자 A 씨의 분노는 더 커졌다. A 씨가 보상금 일부를 자신에게 달라고 B 씨에게 요구하면서 형제간 다툼이 자주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7일 오후, A 씨는 형의 집을 찾아갔다. A 씨는 B 씨에게 "보상금이 나오면 4000만 원을 달라"고 했지만, B 씨는 거부했다.
A 씨가 "에이 XX"이라 욕설을 하자 격분한 형 B 씨는 A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러자 A 씨는 방 안 책꽂이 위에 놓여있던 잭나이프를 집어 들고 '가까이 오면 찌르겠다'고 위협했다.
그럼에도 B 씨가 달려들자, A 씨는 흉기를 휘둘렀다. 두 사람은 함께 바닥에 넘어져 뒹굴었고, 주택 사랑채 밖 마당으로까지 나와 몸싸움을 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렸고 결국 실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법정에서 "B 씨가 먼저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조르며 폭행해 이를 피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찌른 것이라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원지법 형사합의2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최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몸에는 23개의 예기손상이 발견됐고, 피해자가 찔린 가슴과 등은 칼에 찔리는 경우 쉽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신체 부위"라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찌른 후 방안으로 데려가 눕히고,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말에도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묻어 있던 피를 닦거나 칼을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는 데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면서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피해자를 흉기로 공격하고, 피해자의 폭행이 끝난 후에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점 등을 보면 A 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과잉 방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 전후 경위와 죄질이 매우 나쁘고 범행 수법 자체도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죄책을 부인하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은 죄책에 상응하는 만큼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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