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100만원 폭탄'에 자영업자 비명…"손님 없는데 에어컨 못 끈다"

"브레이크타임엔 껐다 켰다"…폭염에 냉방비 폭탄·매출 감소 자영업자 '이중고'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족발 가게에서 공개한 전기요금 고지서. 이 식당의 6월 전기요금은 104만3050원으로 전달(53만3150원)보다 약 두 배 늘었다. 2026.7.30 ⓒ 뉴스1 김우진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김우진 수습기자

손님 때문에 에어컨을 계속 틀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요. 더운데 누가 팔팔 끓는 음식을 먹겠어요?

숨 막히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님을 위해 에어컨은 끌 수 없지만 찜통 더위로 유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냉방비와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30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마포시장의 한 족발 가게. 120석 규모의 식당에는 21도에 맞춘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고 손님은 한 테이블뿐이었다.

이곳에서 31년째 일하고 있는 조경임 씨(65)는 "손님 때문에 에어컨을 계속 틀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6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꺼내 보였다.

고지서에 따르면 이 식당의 6월 전기요금은 104만 3050원으로, 전달(53만 3150원)보다 약 두 배 늘었다.

조 씨는 "브레이크타임처럼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잠깐씩 껐다 켠다"며 "더운데 누가 팔팔 끓는 음식을 먹겠느냐. 손님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국밥집에서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2026.7.30 ⓒ 뉴스1 김우진 기자

서울 도봉구에서 10평 규모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32)도 냉방비 부담을 호소했다.

A 씨는 "6월 말부터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는데 전기요금이 62만 원 나왔다"며 "다음 달 예상 요금은 98만 원인데 한여름에는 100만 원을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냉방을 해야 하는 업종이라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며 "실내 온도를 26도로 맞추고 선풍기와 에어컨 팬을 함께 사용하는 등 최대한 전기를 아끼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무인 매장 특성상 더위를 피해 들어와 쉬는 손님도 많다"며 "손님들이 시원하게 있다가 뭐라도 하나 사가시면 좋으니 에어컨을 잠깐이라도 끄기가 어렵다"고 했다.

공덕역 인근의 약 50석 규모 국밥집에는 스탠드형 에어컨 2대와 선풍기 3대가 설치돼 있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도 에어컨 1대는 가동되고 있었다.

국밥집 사장 김명옥 씨(68)는 "여름에는 전기요금이 70만~80만 원 정도 나온다. 겨울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라며 "손님이 없을 때는 에어컨 두 대 중 한 대만 켜고 버틴다"고 말했다.

합정동의 한 전통 디저트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직원 이철범 씨(57)는 "사장님이 전기료는 아끼려고 해도 에어컨만큼은 줄이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덥다고 느끼면 다시 찾지 않을 수 있어 사람이 없을 때만 온도를 25도로 높인다"고 했다.

전기요금 동결에도 부담 여전…"소상공인 전용 요금체계 검토해야"

정부는 여름철 전기 사용량 증가에 대비해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또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25만 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전기요금 특별지원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 장기화로 냉방기 가동 시간이 크게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냉방비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는 폭염이 길어질수록 냉방이 선택이 아닌 필수 비용이 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전통시장은 아케이드가 뜨거운 열섬 역할을 해서 손님 발길이 크게 줄었고, 로드숍도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도심 유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복합쇼핑몰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자영업자들의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손님을 맞기 위해 에어컨은 계속 틀어둘 수밖에 없어 냉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냉난방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 전용 전기요금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폭염으로 낮 시간대 소비가 위축되는 만큼 야시장이나 야간 할인 행사 등 저녁 시간대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