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공화국' 오명 있는데…형소법 개정안에 '고발인 이의신청' 괜찮나

개정안에 '범죄 피해자 준하는' 고발인에 이의신청권 담겨
'피해자 보호' vs '사건 적체' 교차…"고발 남용 대책 필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장에 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안심사 자료가 놓여 있다. 2026.7.22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권준언 기자 =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경찰 수사 절차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됐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는 물론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관련해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에게 이의신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사건 적체와 중복수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범여권 주도로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하고, 전체 회의와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개정안은 검사를 수사 주체에서 제외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고발인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개정안 245조의7 제2항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해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의 경우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경찰서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고소인과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자동으로 송치되지만, 고발인은 이의신청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발인도 '범죄 피해자'에 준할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리 구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외한 것은 입법 미비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장애인 등 스스로 고소나 이의신청을 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시민단체가 고발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보호 장치"라고 말했다.

이어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건은 송치되고, 검사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기소하면 된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 고소할 수 없는 피해자들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에 따른 업무 부담에 대한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현직 경찰은 "현재도 경찰에는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이 상당수 접수되고 있다"며 "고발인이 이의신청권까지 갖게 되면 사건 처리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억울한 피의자나 무고한 사람들을 형사 절차에서 조기에 해방시키는 것 아니냐"며 "형사처벌의 고통보다 형사절차 지속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 있다. 이럴 거면 수사권 조정을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고발하는 일은 사회 제도적으로 특정한 권한을 부여해서 해결하면 된다"며 "법은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지, 극단적인 경우를 끌어와서 일률적으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이미 한 차례 불송치 판단을 내린 사건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복수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업무량도 늘어나고, 향후 검사가 추가 요구를 하는 사례도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실질적인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일선서의 한 수사관은 "민원성 고발의 경우 어차피 각하되는 경우가 많고, 이이의신청을 한다해도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된다"며 "피고발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남는다고 해도 실질적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종결되거나 혐의 없는 경우에는 큰 불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자체보다는 무분별한 고발을 걸러낼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아동 학대나 장애인 학대, 환경오염 범죄처럼 제3자의 고발 및 이의신청이 필요한 사건도 적지 않다"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애기보다는 고발 요건을 명확히 하고 접수 단계에서 범죄 단서나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