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실책에 해명마다 논란 키운 경찰…진상규명도 쇄신도 '헛발질'
국수본, 분리 지시 인정하면서도 판단 주체는 명확히 안 밝혀
“일선만 돌릴 일 아냐…향찰 카르텔·고위층 보신주의 끊어내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이 경찰 수뇌부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번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국수본이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초유의 상황에 이르렀지만, 경찰은 분리수사의 실무적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진상 규명을 맡은 특별수사단마저 섣부른 발표를 일주일 만에 번복하면서 경찰이 대응할 때마다 스스로 신뢰를 깎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수본은 장윤기의 살인 사건과 앞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을 나눠 수사하도록 한 데 대해 부서별 전문성을 활용하고 관련 기록을 공유하기 위한 '통합수사' 취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어떤 근거로 사건 분리를 판단했는지, 그 결정의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수본 관계자는 당시 "우리(국수본) 기능에서 지시가 이뤄진 것은 맞다"라면서도 "광산서에서 여성청소년과가 수사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는 측면도 섞여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분리수사 자체가 비정상적인 조치는 아닌 만큼 국수본이 실무적 필요성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 혐의로 이미 구속한 피의자의 성범죄 여죄를 전문 부서가 추가로 수사해 송치하는 것이 실무상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팀장급 형사는 "경찰 실무상 구속 피의자를 10일 이내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병합 수사를 해서 빨리 넘기는 것이 오히려 부실 수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분리수사의 실무적 필요성은 국수본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그런 설명은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분리가 아니라 통합수사였다'는 말장난식 해명만 되풀이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서 경찰이 부실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특별수사단도 성급한 발표로 신뢰를 떨어뜨렸다.
특수단은 지난 15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장윤기가 범행 전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윤기의 공기계를 디지털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황을 확인했고, 기존 수사팀도 이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수단은 일주일 만인 지난 22일 기존 발표를 뒤집었다. 추가 압수수색 등 수사 결과 장윤기와 피해자는 범행 전 면식 관계가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과 협의하지 않은 채 관련 내용을 발표한 사실도 인정하고 사과했다.
기존 수사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며 꾸려진 특별수사단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정황을 공개했다가 또 다른 혼선을 낳은 셈이다.
경찰이 무너진 조직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내놓은 순환 인사 확대를 포함한 대규모 쇄신책도 벌써 내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역 연고에 따른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경감·경정급을 중심으로 순환인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위 이하 계급의 포함 여부와 이동 범위, 관사·교통비 지원 방안 등을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해 2027년 상반기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전 계급을 통틀어서 전국을 순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내부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휘 책임은 비껴간 채 일선 경찰관들에게 생활권 이탈과 장거리 통근 부담을 떠넘기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경찰의 노조 격인 경찰직장협의회도 수사 전문성 저하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집회와 삭발 투쟁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는 "지휘부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전국의 현장 경찰관부터 돌려막겠다는 것"이라며 "논란의 중심에 선 지휘라인은 그대로 둔 채 애먼 전국 경찰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면피성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특정 지역의 인맥으로 얽힌 향찰 카르텔에 경찰 고위층의 면피성 보신주의까지 결합한 총체적 문제"라며 "일선 수사 간부뿐만 아니라 국수본을 포함한 고위직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3만 경찰관 전체를 일률적으로 순환 인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관사·교통비 지원과 승진 가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동시에 장기 근무에서 비롯되는 향찰 문제를 차단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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