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이화여대 퀴어영화제 대관 취소는 차별"…재발방지 권고
"창립 이념 위배된다"며 대관 일방 취소한 이화여대 내 극장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화여자대학교의 교내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가 퀴어영화제 개최를 위한 대관을 취소한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이화여대 총장에게 성적 지향을 이유로 확정된 계약의 내용을 금지·취소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지난달 29일 권고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 산하 퀴어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한국퀴어영화제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하고자 지난해 3월부터 극장 측과 대관 일정 등을 협의했다.
같은 해 4월 28일 아트하우스 모모로부터 계약서를 송부받아 최종 날인만 남겨둔 상태에서, 이화여대가 극장 운영자에게 대관 취소 요청 공문을 4월 30일 발송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이화여대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운영 중인 영화관이다.
대관 취소 요청 공문에는 퀴어영화제가 대학의 창립 이념(기독교 정신) 및 교육 목적에 위배되고, 학내 갈등과 분열이 우려되며 해당 영화제 관련 대관 및 상영 일체를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아트하우스 모모는 지난해 5월 2일 조직위에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조직위 사무국장은 같은 달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화여대는 한국퀴어영화제 개최 관련 다수의 민원이 접수되고 5000건이 넘는 반대 서명 운동까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다수의 충돌이 예상돼, 교내 질서와 안전을 위해 대관 취소 요청은 불가피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대관 취소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을 제재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해당 극장에서 일정 중복 외에는 대관 신청을 불허한 사례가 거의 없었고, 이화여대 또한 극장의 개별 운영 및 대관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인권위는 학교의 건학이념과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나, 이러한 자율성이 학내 구성원이나 외부인의 기본권, 특히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제 또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행사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특히 한국퀴어영화제는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종교교육 활동과 직접 연관된 행사가 아니라 대학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극장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외부 문화예술행사로, 단순히 대학의 창립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관을 제한할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그러한 위험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시설 보호를 요청하거나 안전요원 배치 등 대안적 안전조치를 검토할 수 있었음에도 곧바로 대관 취소를 요청함으로써 피해자 등이 문화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박탈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행위라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의제에 관하여 사회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으나, 이견이나 민원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간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 보장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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