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방화땐 '중1'도 처벌…강력범죄 촉법소년 만14세→13세 하향 추진(종합)
촉법소년 조건부 연령 하향 가닥…국민 47% 찬성 의견
"1살 또는 2살"…적용 범위·하향 폭은 재공론화 추진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정부가 강력·중대·반복 범죄를 저지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1세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령 하향을 전제로 하향 폭을 최대 2년까지 열어두면서 실제 적용 연령과 범위는 추가 의견 수렴과 형법·소년법 개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1세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번 결론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한 정부 차원의 첫 촉법소년 연령 공론화 결과다.
성평등부는 지난 3~4월 두 달간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대화 협의체'(협의체)를 운영하며 시민참여단 숙의토론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한 결론을 이날 국무회의에 올렸다.
시민참여단 212명을 대상으로 숙의토론을 진행한 결과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하향' 의견이 4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모든 범죄 일괄 하향은 30.2%, 현행 유지 의견은 17.0% 순서로 조사됐다.
연령 하향 찬성자 중에서는 현행 만 14세 미만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자는 의견이 55.8%로 가장 높았다.
실제 기준은 추가 논의와 입법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도 살인·인신매매·강도·강간·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나 소년원 송치 처분을 3회 이상 받은 경우 등을 대상으로 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국회와 소관 부처인 법무부의 논의를 거쳐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장관은 "시민참여단 숙의 결과를 고려해 강력, 중대 범죄에 한해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되 협의체에서 제시한 소년 사법 체계 전반의 개선 대책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무회의 결과 보고는 교수·연구원·변호사·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참여한 협의체가 지난 4월 30일 공론화 절차를 마무리하며 내린 결론과는 상반된다.
당시 협의체는 시민참여단 숙의 결과를 존중하되, 연령 하향이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현행 기준 유지를 담은 권고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후 성평등부는 신고리 5·6호기와 대입제도 개편 등 과거 공론화에서 시민참여단의 숙의 결과를 정책 판단에 반영한 전례를 고려해 시민 의견을 보다 비중 있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법무부와 추가 보완 작업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시민숙의단의 결론을 핵심적인 결과로 봤다"며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첫 공론화라는 점에서 시민참여단의 의견과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권고안에 △촉법소년 경찰 조사 기준·법적 근거 마련 △피해자 진술권·기록 열람권 보장 △가족치료명령 신설 △소년원·소년보호시설 확충 △소년재판 전담 판사·보호관찰관 증원 등 소년사법 체계 전반의 개선 대책도 병행 추진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권고하는 14세 기준을 하향하는 데 대해 전문가 비판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향에는 정부가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하향 폭과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최종 결정은 하지 말고 논의를 기반으로 다시 현장의 의견, 국민 의견을 수렴해 보자"며 "중대, 강력, 반복 범죄만 1살이든 2살이든 낮출 거냐. 낮추긴 낮춰야 할 것 같은데 부분적으로 낮출 거냐, 전면적으로 낮출 거냐 이 범위에서 다시 토론해 보고 국민 의견 수렴을 다시 해보자"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추가 의견 수렴 지시에 따라 현장·국민 의견을 다시 듣고 관계부처 협의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후 절차를 성평등부가 맡을지,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맡을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민참여단 조사 결과 촉법소년 연령을 두 살 낮추자는 의견은 23.9%, 세 살 낮추자는 의견은 7.9%로 나타났다.
두 살 하향 의견이 한 살 하향 의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추가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된 데 대해 성평등부 관계자는 "기존 설문은 연령 하향 폭과 조건부 하향 여부를 비교적 단순하게 묻는 방식으로 구성돼 중대범죄에만 더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까지 입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심층적인 의견 수렴을 거치면 전체적으로는 한 살을 낮추되 중대범죄는 두 살을 낮추자는 방안 등 새로운 조합이나 제3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 제9조는 만 14세 미만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연령을 1세 하향하면 생일이 지난 중학교 1학년 학생인 만 13세도 기존 만 14~18세와 같이 보호처분 또는 징역·금고와 같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 2만 1095명 중 범죄 유형은 △절도 1만 110명 △폭력 5520명 △교통·마약·사기·횡령·풍속범 등을 포함한 기타 범죄 4639명 순서로 많았다.
이 가운데 강력범죄로 검거된 촉법소년은 총 826명으로 △강간·추행 739명 △방화 81명 △강도 6명 순이었다. 살인으로 검거된 촉법소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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