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2.1% "최근 1년 괴롭힘 경험"…검찰 '기소유예' 면죄부

모욕·명예훼손 피해 최다…절반 이상 '참거나 모르는 척'
노동청 과태료 부과 1.4%·기소의견 송치 0.6%…솜방망이 처분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7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청에 접수된 신고는 크게 늘었지만 과태료 부과와 검찰 송치 비율은 낮아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및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2.1%였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조사(34.5%)와 비슷한 수준이다.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17.8%)이 가장 많았고, 부당 지시(16.4%), 폭행·폭언(16.0%), 업무 외 강요(15.4%), 따돌림·차별(14.0%) 순이었다. 괴롭힘 경험자의 40.2%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고, 19.9%는 자해나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했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0.2%로 가장 많았고, 비슷한 직급 동료(22.1%), 사용자(18.1%), 사용자의 친인척(6.5%), 고객·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5.3%)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용자에 의한 괴롭힘(30.4%)이 상급자(21.7%)보다 많았다.

괴롭힘을 당한 뒤 대응 방식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55.1%로 가장 많았다. 그 외 대응 방식으로는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34.9%) △회사를 그만뒀다(19.3%)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8.4%)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5.3%) 순이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9.0%)와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서'(30.1%)가 가장 많이 꼽혔다.

괴롭힘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직장인 1000명에게 신고가 쉬운지 물은 결과 74.1%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38.3%)와 '신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서'(35.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직장갑질119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청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6373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231건(1.4%),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101건(0.6%)에 그쳤다. 기소 의견 송치 사건 중 결과가 확인된 사건의 26.7%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율은 서울청 60%, 경기청 47.4%, 부산청 45.5%로 지역별 편차도 확인됐다.

사용자가 가해자로 신고된 사건은 지난해 전체의 27.0%(4422건)를 차지했지만 관련 과태료 현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노동부가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할 정도로 형사처벌이 요구되는 심각한 사안마저 아무런 제재 없이 행정 종결된다면 법령으로서 최소한의 실효성마저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7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가 넓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인 행정·형사 제재가 작동하도록 국회 차원에서 살피겠다"고 밝혔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