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미끼로 캄보디아 유인…감금 후 피해자들 앞서 공개 고문도

피해자 4명 전원 '20대' 2~6주 감금…대포통장 조직 검거
통장 1개당 1000만~2000만 원 받고 피싱 조직에 넘겨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2025.10.16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대포통장을 모집·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해 숙소에 감금한 뒤, 폭행과 고문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A 씨(30) 등 조직원과 국내 모집책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11명에게 국외이송유인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캄보디아 현지에서 활동한 조직원 8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활동, 감금, 특수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통장을 빌려준 명의자 9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항공권 주며 캄보디아 유인…20대 피해자 4명 감금해 고문까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홍보채널 등에 "개인장, 코인장, 법인장을 모집한다"는 취지의 대포통장 매입 글을 올렸다. 이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는 항공권을 제공하며 캄보디아행을 유도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이 캄보디아에 입국하면 현지 숙소에 감금하고, 폭행과 협박으로 통장을 빼앗은 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확인한 감금 피해자는 모두 4명이다. 전원 20대였고, 가장 어린 피해자는 23세였다. 피해자들은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범행이나 범죄수익 세탁에 이용되는 동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원구단지 등에 2주에서 6주간 감금됐다.

감금 과정에서는 폭행과 고문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피해자 중 1명이 숙소와 이동 경로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사실을 알게 되자, 다른 명의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폭행·고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장면을 촬영해 조직원들과 공유하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포통장 조직이 텔레그램 채널 등에 올린 통장 매입 홍보 게시글.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체료 대신 내주며 계좌 관리…차단 대비 시나리오도 마련

조직은 총책 A 씨를 중심으로 팀장, 중간 관리책, 국내 유인책, 대포통장 명의자 모집책, 감시·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통장 1개당 1000만~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부 조직원에게는 매월 200만~400만 원을 지급했다. 명의자를 모집하면 100만~200만 원의 추가 인센티브도 받았다.

이들은 대포통장이 범행에 쓰일 수 있도록 계좌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통장 모집 단계부터 계좌 이체 한도를 최대한 높이도록 했고, 명의자의 통신비 미납 등으로 계좌가 압류되지 않도록 연체료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금융기관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계좌가 차단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도 마련했다. 명의자가 직접 은행 상담원에게 전화해 차단을 해제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2명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하는 등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장을 판매하거나 대가를 받고 계좌를 빌려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고액 아르바이트나 고액 현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해외 출국을 유도하는 경우 피싱 범죄 또는 자금세탁 범죄조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당부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