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따돌려야 살아남는 아이들…사별보다 더한 고통"

[왕따부모] ⑦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 인터뷰
"부모따돌림은 개인 아닌 사회 문제…아동학대 인식 필요"

편집자주 ...이혼했다고 자녀와 천륜이 끊기는 건 아닌데, 어느날 '왕따'가 된 부모들이 있다. "너 아빠랑 놀면 엄마 죽어" "엄마가 너 버린 거야" 양육부모의 갖가지 가스라이팅 속에 아이들은 비양육부모에게서 등을 돌린다. 원인도 모르는 '부모 따돌림' 속에 혼자가 된 부모는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엄마·아빠를 보기 싫다'는 아이의 말은 진심일까? 아이도, 부모도 불행한 세상의 이야기. 뉴스1이 한국의 부모따돌림 실태와 원인, 개선 방안을 심층 취재했다.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본인 제공)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부모따돌림' 상황에 놓인 아이는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부모를 미워하고 증오해야만 살아남아요. 그런 아이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사람을 믿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하나의 '세상'이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아이와 따로 살게 되더라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로 하여금 한쪽 부모를 미워하게 강요하고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바로 '부모따돌림'이다.

부모따돌림은 아이의 세상을 무너뜨린다. 어느새 '왕따'가 된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도 고통스러운 지옥이 펼쳐진다.

부모따돌림을 연구해 온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1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근원인 한쪽 부모를 형편없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이들의 자기혐오로 연결되고, 공격성을 과도하게 자극한다"고 말했다.

"부모따돌림 피해 아동, 극도의 불안 보여…부모 못 만나는 사이 학대·살인까지"

송 대표는 법원에서 가사 상담위원으로 10여 년간 일했다. 2023년 부모따돌림방지협회를 출범한 후엔 부모따돌림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피해자 자조 모임도 열었다. 현재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면접교섭 상담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부모따돌림으로 고통받는 부모와 아이들을 수도 없이 봤다.

송 대표가 본 부모따돌림 피해 아동들은 극도의 공격성과 불안을 겪었다. 엄마·아빠를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든지, 있지도 않았던 이야기들과 상상에 사로잡혀 갉아 먹히는 식이다. 지능 검사를 할 때마다 지능이 떨어지고, 적응 장애가 나타난 아이도 있었다.

부모따돌림에 괴로워하다 급기야 자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송 대표는 "부모따돌림 피해 자녀는 비양육 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세뇌받은 결과, 있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이뤄진 상상이 머리를 채우고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인다"며 "아이들의 몸짓이나 눈빛이 갑자기 변하고, 이 사이에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부모를 미워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자신을 키워주는 부모가 비양육 부모에 대해 험담을 하고, '엄마·아빠 보기 싫다고 해라'라며 강요한다면 어린아이로선 거역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을 키우는 양육 부모에게 '충성심'을 증명하며 살아간다. 송 대표는 "함께 사는 부모가 아이에겐 더 중요한 부모일 수밖에 없다"며 "비양육 부모는 아이가 찾아갈 수도 없기 때문에, 양육부모가 연락을 차단해버리면 아이로선 접촉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따돌림 속에서 비양육 부모와 면접교섭이 끊긴 아이가 양육 부모나 의붓부모에 의해 학대당하고 살해당하는 비극도 발생한다. 비양육 부모가 아이를 못 보게 막아서, 아이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만든다

2016년 경기 평택에서 친부와 의붓어머니에 의해서 살해당한 신원영 군, 2023년 인천에서 의붓어머니와 친부에 의해 살해당한 이시우 군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두 사건 모두 아이들이 양육 부모에 의해서 친모와의 접촉이 단절되고, 면접교섭을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상습적으로 학대 당하다 숨졌다.

송 대표는 "원영이 사건 이후 면접교섭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부모들의 행태를 심각하게 보고 면접교섭 보조인 제도를 만들어서 강제성을 가지고 면접교섭을 실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법무부 반대 속에 무산됐다"며 "자신의 친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아이들이 처참한 살해까지 이르는 사건이 많다"고 말했다.

부모따돌림방지협회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부모따돌림방지협회 제공)
"사별보다 더한 고통"…'애가 싫어하는 이유가 있겠지' 따가운 시선, 피해자 두번 죽여

부모따돌림으로 인해 아이를 갑자기 보지 못하게 된 부모는 '사별보다 심한 고통'을 겪는다.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는데도 만날 수 없고, 아이가 자신을 악마화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부모가 받아들일 수 없다.

송 대표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 부모따돌림 피해 부모는 아이와 사별한 사람들보다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며 "어딘가 살아 있는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양육비도 내고 있는데, 아이가 자신에게 험한 말을 하고 울어버려 다가갈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정신적인 고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모따돌림의 심각성에 비해 인식은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이미 1985년에 '부모따돌림 증후군'이 학계에서 개념화됐고, 2022년엔 국제질병분류(ICD-11) 중 '양육자-아동 관계 문제'에 부모따돌림을 포함하자는 제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부모따돌림이 무슨 뜻인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성평등가족부나 각 법원들도 이혼가정에서 면접교섭이 얼마나 불이행되고 있는지, 부모따돌림이 면접교섭 불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통계나 연구는 없는 상태다. 송 대표는 "한쪽 부모의 악의에 의해서 아이가 다른 부모를 비방하게 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 것인지 논의가 아직까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부모따돌림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피해 부모들은 '이유가 있어서 애가 당신을 싫어하겠지', '어쨌든 애를 양육 부모에게 두고 온 건 너 아니냐' 등의 시선을 받고 두 번 괴로워한다.

송 대표는 "사실 비양육부모들 중 다수가 양육권을 가져오려고 정말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라며 "다만 법원이 아이들의 현재 거주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를 중요하게 보니 이혼소송 초기 아이를 빼앗아간 부모가 오히려 양육권을 가져가는 건데, 이를 모르고 '이제 와서 애 보겠다고 난리냐'고 하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상처받는 부모따돌림 피해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송 대표는 부모따돌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에 대한 학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쪽 부모가 부모따돌림 속에 면접교섭까지 막는다면 '이 사람이 양육자로서 적합한가'를 두고 재심하는 등 다소 강제적인 방법도 필요하다는 게 송 대표의 지적이다.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아도 감치 처분은 불가하고 과태료도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단 것이다.

송 대표는 "외국에선 양육자를 선정할 때, 부모 두 명 중에서 누가 더 아이를 양육자 모두와 관계하게 하면서 잘 키울 수 있을지를 주요하게 본다"며 "면접교섭을 일정 수준 응하지 않았을 때 법원이 직접 개입하는 방향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 대표는 어딘가에 숨어있을 부모따돌림 피해자에게, 부모따돌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당부했다.

"부모따돌림 피해자 성비는 거의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주부나, 내성적인 여성분들이 부모따돌림을 당하고도 도움도 못 청하고 찢어진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용기 내서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게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고, 제도의 미숙함 때문에 겪는 일이라는 인식을 하면 좀 덜 자책할 수 있지 않을까요."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