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승 체코전'에 모처럼 웃은 사장님들…"매출 2배" "4강 염원"(종합)
오전부터 문 연 치킨·호프집들…"점심 매출만 830만원"
"다음주도 대관 예약 찼다"…'월드컵 특수'에 상권 들썩
- 신윤하 기자, 이동건 수습기자, 김우진 수습기자, 한민아 수습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이동건 김우진 한민아 수습기자
"오늘 점심 장사 매출 830만 원 정도 나왔네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매출이 잘 나오긴 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인 체코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역전승을 거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근처의 한 호프집에선 점심 장사를 마무리하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점심 장사를 하지 않는 이 호프집은 체코전을 맞아 이날 오전부터 문을 열었다.
사장인 김 모 씨(63)는 "수화기를 내려 전화를 안 받을 정도로 예약이 엄청나게 몰렸다"며 "250명이 예약을 했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평일 저녁 장사 매출 대비 50% 정도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이 호프집에는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과 TV가 함께 설치됐다. 양복을 입은 직장인이 오전부터 가게에 들어와 문의했으나, 예약이 다 찬 탓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은 오전부터 월드컵 대목을 기대하는 자영업자들로 가득했다. 경기 시간에 맞춰 점심시간을 오전 11시로 앞당긴 주변 직장인들과 배달 수요를 감안해 일찍 문을 연 호프집들이 많았다.
특히 8000여 명의 대형 응원전이 열렸던 광화문 일대 상가에는 축구를 볼 수 있는 대형 화면이 곳곳에 설치됐다. 수백 명을 예약받은 가게도 여러 곳이었다. 오전부터 이미 '금일 만석' 문구를 붙여 놓은 호프집도 눈에 띄었다.
매출이 평소의 2배가량 나온 곳도 많았다. 광화문 인근의 A 포차에는 이날 150명의 인원이 예약했다. 포차 직원은 "그제 예약을 받았는데 당일 마감됐다"며 "낮이라 술을 많이 드시진 않았지만 매출이 평소의 2배 정도 나왔다"고 말했다. 종각역 인근 치킨집 사장 B 씨도 "오늘 점심에 130석 자리가 꽉 차서 매출이 기대만큼 나왔다"고 했다.
A 포차를 찾은 소정길 씨(남·40대)는 "직원들끼리 점심에 응원하라고 기회를 줘서, 다 같이 예약하고 왔다"며 "처음에 체코에 한 골을 먹고 의기소침해졌지만, 결국 이긴 걸 보면 이게 한국인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경기도 회사 사람들과 같이 응원할 것 같다"며 웃었다.
다음 경기 날에도 점심부터 장사를 하겠다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종각역 인근 치킨집 사장 오현균 씨(38·남)는 "점심이니 술도 없고 테이블 순환도 안 되니까 저녁보다 많이 팔진 못했다"면서도 "다음에도 낮 장사를 할 거다. 이미 다음 주에 100명 인원의 총대관 예약이 들어왔다"고 했다.
홀 장사뿐만 아니라 배달 수요가 많은 치킨집들은 이날 점심 장사가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고 웃었다. BBQ 을지로입구점 사장 박강희 씨는 "홀에 110명 자리가 전체 예약됐고, 예약을 못 받고 돌려보낸 손님만 270명이었다"며 "미리 예약되지 않은 치킨 포장 주문도 계속 들어와서 바빴다. 월드컵 4강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치킨집 사장들은 몰려든 배달 주문을 처리하느라 분주했다. 식당 테이블은 이미 자리가 없을 만큼 치킨이 가득 올려져 있었고 주문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서울 영등포구 BBQ 여의도역점 사장 이현주 씨(남·60대)는 "월드컵 덕분에 2~3일 전부터 치킨 배달이 엄청 몰렸다. 40마리 주문한 분도 있다"며 "10시 20분까지 15마리 주문이 들어오고, 배달 안 된다고 하니 직접 가지러 오신다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게는 이날 점심 배달 앱 주문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총 75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날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 일대는 경기 시작 시각에 맞춰 점심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앞당겼다. 이 씨는 "여의도 인근 회사들이 탕비실 TV로 경기를 틀어주고, 다 같이 치킨을 먹는다더라"며 "월드컵 특수를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저도 당황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때마다 수요가 높은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은 인력 지원을 위해 본사에서 직원을 일부 파견했다. BBQ 본사에서 지원 나왔다는 한 직원은 "혹시 오전이라 배달이 어려울까 봐 본사에서 지원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의도 호프집 직원 박 모 씨도 "점심 장사 동안 자리 없어서 죽는 줄 알았다. 화장실도 못 가서 방광 터지는 줄 알았다"며 "100명이 꽉 차서 저녁 장사만큼이나 벌었다"고 했다.
응원전이 열리는 곳 인근의 편의점들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여의도 인근 세븐일레븐 사장 연영희 씨(65·여)는 "월드컵 경기 한다고 해서 앞에 매대도 어제저녁에 설치했는데 사람이 많이 왔다"며 "여기가 응원전 장소랑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라 경기 시작 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고 했다. 또 다른 편의점 사장 노 모 씨(58·여)는 "경기 한 시간 전부터 사람이 많아져서 맥주가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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