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앞두고 대학가 공동행동·연서명…"투표지 부족, 있을 수 없는 일"

연세대 '투표 부스' 운영…학생들 "엄연한 국민 투표권 침해"
시험기간 고려해 온라인 연서명…수천 명 '선관위 규탄' 동참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세인 공동행동'. 2026.6.10 ⓒ 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윤지오 수습기자

"상식적으로 투표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16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정권 침해 규탄' 시국선언을 예고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 '투표 부스'에서 만난 연세대 국제대학 경제학전공 윤 모 씨(24·여)는 "선거 때마다 정치적 관심은 높이려 하면서 기본 절차부터 부정된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크지 않았다는 그는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스를 찾았다고 했다.

이날 연세대를 포함한 16개 대학 총학생회는 오후 6시 10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한다. 6월 민주항쟁의 상징적 날짜인 6월 10일에 맞춰, 오후 6시 10분에 맞춰 시작된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에 앞서 전날(9일)부터 '연세인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학내에 투표소 형태의 부스를 차리고 투표용지 모양의 쪽지를 배부했다. 학생들은 투표용지 형태의 쪽지에 도장을 찍은 뒤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적어 투표함에 넣었다.

이날 낮 12시 30분쯤 학생회관 앞에 설치된 부스를 지나가던 학생들은 "오늘 여기 투표해?" "이거 뉴스에도 나오더라"며 관심을 보였다. 오후 1시 캠페인이 시작되자마자 학생 5명이 줄을 섰다. 이후 30분 동안 30명가량의 학생이 부스를 찾았다. 쪽지에 '사전투표 폐지' '당일투표·수검표'를 적는 이도 있었다.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 씨(25·여)는 '모든 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쪽지에 적어 투표함에 넣었다. 김 씨는 "투표용지가 없었다는 건 국민 투표권의 침해"라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같은 과 친구 노 모 씨(25·여)도 "한두 표가 모자란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기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며 "재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이런 선례를 만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제39주기 이한열학생추모기획단장을 맡은 이승찬 씨(연세대 상경·경영대학 학생회장)도 발언에 나선다. 이 씨는 전날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선두에서 입장했으며, 추모사도 낭독했다. 이 씨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과 참정권 침해 문제를 규탄하는 입장이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알바트로스탑 앞에 놓여진 학생들의 과 점퍼(과잠). 2026.6.10 ⓒ 뉴스1 권준언 기자

연세대처럼 오프라인 공동행동을 진행하는 대학도 있지만, 학우들의 시험 기간을 고려해 대규모 집회나 구호 제창은 최소화하는 학교도 있다. 일부 대학은 시국선언 취지에 동의하는 학우들의 이름을 모아 선언문에 함께 싣는 방식으로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 8일 밤부터 학교 상징물인 알바트로스탑 앞에서 '과잠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온라인 연서명도 함께 받았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선언문 낭독은 진행하지만 구호 제창이나 피켓 시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시험 기간인 만큼 학우들의 평온한 학습 환경도 보장돼야 해 적극적인 참여 독려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조용히 응원해 주는 학우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강대 연서명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성균관대도 오프라인 시국선언문 발표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국선언문을 오후 6시 10분에 맞춰 올리기로 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도 전날부터 학우들을 대상으로 연서명을 받고 있으며, 이날 오후 3시 기준 참가자는 2000여 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연서명 인원은 선언문 공개와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시국선언은 16개 총학생회가 같은 시각에 같은 메시지로 진행하는 연대 행동이다. 이들은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청년과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