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테무 경찰"…'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경찰 음모론까지
얼굴·이름 공유하며 신상털기…피해 경찰 아내 "고소 준비중"
경찰 "가짜 의혹 사실 아니야…직원 보호 방안 검토"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 경찰관들을 향한 음모론과 신상털이도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현장 경찰관들에게 관등성명 제시와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가짜 경찰 아니냐", "중국 공안이네" 등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경찰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현장 경찰관들의 얼굴과 이름이 공유되며 "위장 경찰", "테무산 경찰", "테무 짭새" 등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게시물은 복면이나 넥워머를 착용한 경찰관을 향해 "신분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름이 특이하다는 이유, 혼자 다닌다는 이유 등을 들어 중국인이라고 몰아갔다.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서는 중국어로 생중계하던 외신 기자가 일부 참가자들로부터 "중국인 아니냐", "위장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현장 경비를 담당했던 서울경찰청 2기동단 김 모 경정도 공격 대상이 됐다. 온라인상에는 김 경정의 사진과 영상이 확산했고, 일부 이용자들은 김 경정이 중국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퍼뜨렸다.
이에 김 경정의 아내 A 씨는 지난 7일 SNS를 통해 "남편이 온갖 숏폼에서 테무 경찰, 왕따 경찰로 조리돌림당하고 있다"며 "그 공격이 이제 저를 향하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A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시 일부 참가자들이 지속해서 남편을 따라다니며 관등성명과 공무원증 제시를 요구했다"며 "남편이 다리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계속된 추궁과 물리적 충돌 우려 속에 결국 현장에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참가자들이 몸으로 밀치거나 앞을 가로막았고, 자칫 성추행 시비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김 경정은 지난 5월 타 시도경찰청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전입하면서 공무원증 재발급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A 씨는 "시어머니가 암 수술 후 회복 중인 상황이라 영상을 보고 충격받으실까 봐 걱정되고 더 이상의 유포를 막고 싶어 글을 올렸다"며 "현재 최초 유포자 등을 포함한 100여 명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고 순차적으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처벌이 명확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경정과 관련해 "소속과 계급 등을 밝혔음에도 당시 격앙된 시민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나려 했으나 오히려 더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혼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후 동료 경찰관들이 함께 상황을 설명하고 현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서 '왕따 경찰'이라고 불렸지만 심야 시간대 근무지를 순찰하며 맡은 업무를 수행한 경찰관"이라고 했다.
또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건강권 보호와 개인 신상 노출 방지 등을 위해 넥워머나 복면을 착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기동대뿐 아니라 지역경찰·교통경찰·형사 등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찰관들은 명찰을 부착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어 행정의 투명성은 확보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법 집행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의 복장이나 언행이 부적절했다는 우려 섞인 지적에 대해서는 관련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충분한 교육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찰 활동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경정 등 얼굴과 신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경찰관들과 관련해 경찰은 직원 보호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외국 경찰', '가짜 경찰' 등 의혹이 제기된 사례들을 확인한 결과 모두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 중인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확인됐다"며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는 정당한 법 집행을 어렵게 하고 14만 경찰관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자제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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