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용지 35매"…송파구 공무원들, 본투표일 내내 '용지 부족' 호소

전국공무원노조, 3일 단체채팅방 공개…"현장 고충 심각"
"선거사무 수행 공무원 장시간 고립, 위협에 노출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일한 송파구 공무원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제공)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현장 지원에 투입됐던 서울 송파구 공무원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저격한 가운데, 투표 사무원으로 일한 공무원들이 투표 종료 몇 시간 전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본투표일이었던 지난 3일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일한 송파구 공무원들과 선관위 직원이 속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채팅을 5일 일부 공개했다. 이 채팅방은 송파구 공무원 등 15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곳이다.

이 채팅에는 "투표소 서기들은 용지 부족할까 봐 연락이 오는 데 저희는 우선 선관위에서 모니터링한다고 답변만 드리고 있고 확답을 못 하고 있다", "경찰 지원 요청하는데 불러도 되냐. 현장에서 너무 고충이 심각하다", "민원이 너무 심하다", "부정선거 의혹 등 항의가 엄청 심하다" 등 혼란했던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투표용지) 35매 남아있고 대기도 많다" 등 잔여 투표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단 내용의 메시지도 다수 올라왔다. "곧 투표 중단해야 한다. 빠른 조치 부탁드린다", "선관위 답변 부탁드린다. 투표 중단된 동은 선거인에게 대기표 나눠드리고 6시 이후에라도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해도 되냐"는 등 선관위에게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이번 투표지 부족 및 투표함 반출 저지 시위로 일부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들은 사실상 투표소 안에서 감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소가 시위대로 인해 봉쇄된 지 약 35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 54분쯤 투표함이 반출되는 데 성공했다. 투표소 안에 갇혀있던 투표 사무원은 통상 공무원으로 이뤄져 있다.

공무원 노조는 성명을 내고 "송파구 투표소에서 발생한 감금 사태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은 송파구 공무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선관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노조는 "현장의 혼란과 시민들의 항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선거업무를 지원하던 지방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했다"며 "선거사무를 수행하던 공무원들이 장시간 현장에 고립되고 폭언과 위협에 노출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고유가피해지원금 업무와 선거업무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현장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었음에도 정부는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선거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며 선관위의 고유 업무인데, 현재의 선거 운영체계는 지방공무원의 희생과 헌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들은 투표일 장시간 선거사무뿐 아니라 공보물 분류·포장·운반, 각종 선거 지원 업무까지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노조는 "정부는 더 이상 국가사무의 부담과 책임을 지방공무원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사무 운영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송파구지부 참여마당 게시판'에 '선거관리 도저히 못 한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송파구 공무원인 해당 글 작성자는 "더 이상 이런 모자란 집단과 일 못 한다. 선거 사무 선관위에서 단독으로 해라"며 "우리를 총알받이로 쓰지 말라"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