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뽑을 것" 역대급 투표율에도…초유 '투표지 부족' 얼룩(종합)
본투표 고령층 오픈런, 가족 단위 투표 행렬 "동네 일꾼에 표 전달되길"
일각 '부정선거론' 속 투표용지 부족 사태…"말이 되나" 선거관리 성토
(서울=뉴스1) 전국 종합
"딸과 제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 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 날인 3일 전국 곳곳에서는 국민들은 '지역 일꾼'을 향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오후 7시 20분 기준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역대 2위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투표 열기가 뜨거웠지만, 서울 강남·광진·송파구는 물론 인천시 연수구 일대 등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해 부실한 선거관리가 질타받고 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전국 곳곳에선 투표 시작 시각인 오전 6시부터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오픈런' 대기 줄이 늘어섰다.
러닝복, 등산복을 입고 새벽 운동을 마친 이들은 물론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찾은 고령층 유권자들이 주를 이뤘다. 간간이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투표소를 찾는 청년층도 보였다.
고교생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 모 씨(48·여)는 "나는 물론 우리 부모님, 그리고 딸이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서 이른 아침에 나왔다"고 했다. 딸 김 모 양(18)은 "첫 투표라 친구들보다는 엄마와 함께 투표하는 게 더 뜻깊다고 생각해 함께 왔다. 교육감 투표에 특히 신경 썼다"고 귀띔했다.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대학생 황 모 씨(21·여)는 "공보물을 열심히 보고 후보자 공부를 많이 했다"며 "청년 실업 문제가 많은데, 이를 고려하는 후보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휴일인 이날 출근하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평소 일과를 잠시 미루고 일찍 투표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접전 지역에서도 이른 아침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여야가 공통으로 접전지로 꼽은 울산의 중구 다운아파트에 마련된 다운동 제6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공만 씨(77)는 "지병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데 주위 분들의 도움 덕분에 1등으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며 "누가 당선되든 울산을 올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에서 만난 한 모 씨(68·여)는 "사전투표는 젊은 사람 위주고, 제대로 집계도 안 된다고, (이런걸) 유튜브로 봐서 일부러 (사전투표)하지 않았다"며 "본투표에서 고령층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는 이들이 부정선거 여부를 감시하겠다며 일부 투표소에서 '자체 감시'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투표소 와이파이를 통해 선거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표소 와이파이 연결 여부와 와이파이 주소를 공유하고 투표자 수를 자체적으로 집계했다. 또 투표용지 중복 수령을 시도하거나 투표소 내부 촬영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오후부턴 송파·강남·광진구 등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연수구 등지의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송파구 잠일초등학교에서는 오후 4시쯤부터 투표가 중지됐고, 이에 따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이 모 씨(43·여)는 "일방적으로 '기다리라'고만 하니 정보를 일부 숨기는 것 아닌지 의심도 됐다"며 "이후 선관위에서 투표용지 50장이 왔다고 해서 일부 투표를 했는데, '이 투표지가 유효하다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며 실랑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잠실4동제5투표소가 마련된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에서 만난 한 시민은 "투표용지 배분이 유권자 수에 맞게, 혹은 그것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용지가 모자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잠실7동제2투표소에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라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밤 10시까지 투표 시간이 연장됐다.
이에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오후 9시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선거 관련 112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선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 조치는 따로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투표 시작 시각인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총 399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에선 총 145건의 신고가 있었다.
신고 유형별로는 △투표방해·소란 66건 △폭행 3건 △교통 불편 29건 △투표용지 부족 관련 14건 △기타(오인 등) 301건이다.
경찰은 이날 최고 수준의 비상 업무 체계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고 대응에 나섰다.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에 총 6만 5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난 후 투표함을 회송하는 과정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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