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폭발참사…고체연료 찌꺼기 수십㎏ 담던 상자 원인 가능성"
한화 "연료 제조공구 세척 후 찌꺼기, 10㎏씩 나무상자 보관"
"세척 중엔 불붙기 어려워…폭발성 찌꺼기 제때 안 치워 위험 키워"
- 윤주영 기자
(대전=뉴스1) 윤주영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고체 추진제(연료) 찌꺼기를 수십㎏씩 나무상자에 보관하던 업무 관행이 지목됐다. 충분한 양의 고체연료라면 정전기 스파크, 전기합선 등 모종의 이유로 불꽃이 튈 때 폭발이라고 부를만한 연소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한화에어로에 따르면 지난 1일 폭발 사고는 추진제를 만드는 작업을 한 뒤 공구에 묻은 잔여 반죽(슬러지)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화 측 관계자는 지난 2일 대전 유성구청 브리핑에서 "슬러지를 떼어내 10㎏씩 담는 비전도성 나무상자가 있고 이를 적재하는 랙(선반)이라는 게 있다"며 "랙 단위로 보관하고 있다가 나머지 폐화약을 굳히는 작업을 해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사업장 56동 세척 공실 내에서 추진체 제조용 공구·설비를 물과 유기용매를 써서 세척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이외 사고의 구체적 경위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연구계는 △공구에 붙은 잔여 슬러지만으론 폭발을 일으키기 충분치 못한 점 △물을 쓰는 세척 공정 특성상 불이 붙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측 설명에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한다.
한 발사체 전문가는 "폭발이 일어나려면 고온과 압력이 모두 필요하지만, 한화가 설명한 세척 환경에선 이같은 요소들이 상상되지 않는다"며 "물에 젖은 공구 등에 불꽃이 튄다 해도 폭발이라고 할 만한 연소 반응이 일어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전기 스파크가 발화 원인이었을 거란 가능성에 대해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선 전위 차로 인한 정전기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세척 과정에서 공구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나머지 유력한 가능성으로 추진제 찌꺼기를 보관하는 상자가 거론됐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구에 붙은 추진제 찌꺼기 수준으로는 폭발적인 연소가 어렵다. 하지만 수십kg씩 쌓인 찌꺼기 더미가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며 "세척공실에서 폭발 원인으로 부를만한 요소가 있다면 한화에어로가 거론한 슬러지 상자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가 쓰는 고체연료엔 산화제가 고르게 섞인 거로 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멈출 수 없고 매우 빠르게 탄다"며 "일례로 미국 우주왕복선에 쓰이는 고체연료 부스터는 40m타는 데 12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등 충분한 소화 시설이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겠냐는 물음엔 장 교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 교수는 "이미 연료에 산화제가 섞였기 때문에, 물을 뿌리거나 외부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불을 끄려 해도 소용없다"며 "이런 폭발성 물질을 애초에 제때 치워두지 않고 한쪽에 쌓아두고 있었던 것 자체가 위험했다. 안전 관리체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문제의 사업장은 한화에어로가 1987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추진체 생산 시설을 인수한 곳으로, 대형 추진기관 개발과 추진제 혼화·충전 등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추진체계 관련 물량의 95%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방산 시설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산화제가 고르게 섞인 고체연료는 공기가 희박한 고도에서도 일정한 추진력을 낼 수 있다"며 "유도 미사일 등 무기체계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10시 59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로8번길 9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대 계약직 직원 2명과 숙련 노동자 3명이 숨졌다. 2명의 부상자 중 1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나머지 한 명은 경미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엔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탓에 수사기관 등은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문제의 사업장을 책임지는 가재웅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장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타성과 관성에 젖어 수십 년 된 기존의 작업 방식을 버리지 못했던 게 사고의 원인이 된 것 같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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