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먼저 뺏고 학대 고소하세요"…법이 '방조'하는 부모따돌림

[왕따부모] ③허위신고로 관계 차단, 스토킹처벌법 악용까지
"법원 양육권 판단서 '현상 유지' 일변도 탈피해야"

편집자주 ...이혼했다고 자녀와 천륜이 끊기는 건 아닌데, 어느날 '왕따'가 된 부모들이 있다. "너 아빠랑 놀면 엄마 죽어" "엄마가 너 버린 거야" 양육부모의 갖가지 가스라이팅 속에 아이들은 비양육부모에게서 등을 돌린다. 원인도 모르는 '부모 따돌림' 속에 혼자가 된 부모는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엄마·아빠를 보기 싫다'는 아이의 말은 진심일까? 아이도, 부모도 불행한 세상의 이야기. 뉴스1이 한국의 부모따돌림 실태와 원인, 개선 방안을 심층 취재했다.

(서울=뉴스1) 강서연 유채연 신윤하 기자

"시어머니가 제 여동생 차에 타고 있던 첫째 아이를 끌어내렸어요"

올해로 7살, 5살인 두 아이의 엄마 김재은 씨(가명·37)는 처음 아이를 빼앗기던 그날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 재은 씨는 시어머니에게 당한 폭행을 신고하려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앞으로 찾아갔다. 시어머니는 재은 씨 여동생의 차량에 타고 있던 첫째 아이를 짐짝처럼 끌어 내렸다.

뺏고 뺏기는 아이 탈취는 또다시 일어났다. 이후 재은 씨가 이혼 소송 소장을 보낸 뒤, 양가 부모가 중재에 나서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의 위치가 드러났고 남편 측이 둘째 아이를 데려간 것이다. 재은 씨는 그로부터 약 5개월 동안 아이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재은 씨는 법원에 사전처분을 신청한 끝에 겨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을 데려갔던 남편 측이 양육권 판단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 이들 부부를 지켜봐 온 가사전문 상담위원 역시 재은 씨가 양육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재은 씨는 법원이 아이들의 현재 거주 상태를 유지하려는, 이른바 '현상 유지' 원칙을 우선한 결과였다고 하소연했다.

"양육권 분쟁 핵심은 '현상 유지'"…"아이부터 데려오라" 조언까지

이처럼 아이를 먼저 데려오는 행동이 양육권 분쟁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다 보니, 이를 일종의 전략처럼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현행 제도가 사실상 '부모따돌림'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양육권 다툼이 벌어질 경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는 '현재 누가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가'다. 법원은 양육권자를 정할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삼는데,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기존 생활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듯 '생활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법률대리인들이 사실상 "아이부터 먼저 데려오라"는 취지의 조언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양육권 확보를 위해서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별거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의림 변호사(법률사무소의림 대표)는 일명 '현상 유지' 원칙이 사실상 하나의 법리처럼 작동해 왔다고 분석했다.

원 변호사는 "양육자 지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현상 유지'가 강조되는 이유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 때문"이라면서도 "정서적 안정을 결정하는 수단이 그것 하나만은 아닌데도 지나치게 절대적인 요소처럼 받아들여져 왔고, 지금도 그런 인식이 법원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간 갈등이 심해 한쪽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유지된 현상 자체를 양육자 지정 과정에 지나치게 일차원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문제"라며 "양육자로 지정된 사람이 상대 부모와의 면접교섭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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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아동학대 '허위 신고'로 분리…연락 시도하면 '스토킹' 신고도

아이를 데려간 뒤, 가정폭력·아동학대 신고 제도를 악용해 한쪽 부모를 허위 신고하고 분리 조치를 유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em class="article_content_endem">

분리 조치가 내려지면 한쪽 부모는 즉시 주거지에서 퇴거해야 하고, 자녀와의 접촉 역시 제한된다. 이 같은 상태가 수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사실상 '관계 단절'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특히 분리 이후 한쪽 부모가 현 상황을 확인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할 경우, 이를 근거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추가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모따돌림 피해자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소송 중에 스토킹처벌법을 의도적·전략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소위 말해 '공식'이 있다고 하더라"며 "어린아이를 볼모로 삼고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국면을 취하려 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내가 문제 삼았던 상해 및 폭행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고 했다. 다만 아내가 '반복적인 연락'과 '원치 않는 방문'을 이유로 스토킹 피해를 주장하면서, 그는 검찰에 송치된 지 6개월이 지난 상태다.

그는 "사실상 시간 싸움인데, 아이를 독점한 측에서 시간을 끌면 그 상태가 고착된다"며 "그동안 아이와 부모 간 정서적 교류도 끊어지지만, 아이 자체의 정서도 망가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안나 변호사(변호사지안나법률사무소 대표)는 양육권 확보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가정폭력·아동학대 신고가 전략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 변호사는 "일부 이혼 사건에서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배우자에 대한 (가정폭력) 신고를 먼저 진행해 분리 조치를 유도하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다"며 접근금지와 분리가 이뤄지면 자녀 양육 상태가 고착되면서 한쪽 부모가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취지로 전했다.

이어 "분리 조치 이후 한쪽 부모가 상황을 확인하려고 연락을 시도하면, 이를 다시 스토킹으로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더딘 법원의 시계…'아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리 상태가 길어질수록 아이가 한쪽 부모와의 생활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쪽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경우, 법원이 유아인도명령을 통해 아이를 다시 돌려보내도록 결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em class="article_content_endem">

판사에 따라 사전처분 대응 속도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다. 사전처분은 이혼 소송 등 가사사건에서 본안 결정 전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내리는 일종의 '임시 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치의 속도가 명확한 매뉴얼보다는 개별 판사의 가치 판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 변호사는 "최근에는 면접교섭 중요성을 인식해 첫 변론기일 이전에 사전처분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면서도 "판사 개인이나 법원마다 편차가 크다.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신념이나 중요도에 따라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내려진 임시 판단은 이후 본안 소송 과정에서도 쉽게 뒤집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초기에 형성된 분리 상태가 그대로 고착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원 변호사는 "최근 이혼 소송은 1심에 최소 1년 수준으로 길게 진행되고, 사건 적체가 심해서 그런지 첫 기일이 상당히 늦게 잡히기도 한다"며 "아이를 탈취해서 데리고 간 경우, 법원의 기일 지정이 늦어져 한쪽이 장기간 아이를 보호하게 되는 것인데도 그 상황 자체를 이유로 다시 그 사람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법원이 야기한 문제로 인해, 아이를 빼앗긴 쪽이 양육자 지정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다"고 했다.

가사 조정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 조정위원 위촉은 엄격한 자격 요건보다는 추상적 기준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실질적인 전문성 검증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조정 과정에서는 조정위원이 당사자에게 "아이를 안 보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