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따돌림'은 정신적 아동학대…"단독 친권·양육 관행 벗어나야"

[왕따부모] ⑥아동 복리 최우선…실질적 행동분석 필요

편집자주 ...이혼했다고 자녀와 천륜이 끊기는 건 아닌데, 어느날 '왕따'가 된 부모들이 있다. "너 아빠랑 놀면 엄마 죽어" "엄마가 너 버린 거야" 양육부모의 갖가지 가스라이팅 속에 아이들은 비양육부모에게서 등을 돌린다. 원인도 모르는 '부모 따돌림' 속에 혼자가 된 부모는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엄마·아빠를 보기 싫다'는 아이의 말은 진심일까? 아이도, 부모도 불행한 세상의 이야기. 뉴스1이 한국의 부모따돌림 실태와 원인, 개선 방안을 심층 취재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유채연 신윤하 강서연 기자 = 부모따돌림의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 비양육부모의 면접교섭이 가로막힌 동안 자녀에 대한 세뇌가 이뤄진다. 지난한 소송 기간을 거치며 자녀에게는 이미 비양육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각인된 상태다. 아이는 부모를 거부하는 말을 스스로 내뱉는다.

이 고리 속에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학대당한다. 양육부모의 눈치를 보며 충성심을 시험받고 다른 부모로부터 받아야 했을 사랑도 받지 못한다. 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문가들은 법원의 인식 개선과 제도의 도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부모따돌림은 아동학대이자 가정폭력… 인식에서 법제화로

부모따돌림은 명백한 아동학대이자 가정폭력이지만 관련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피해자와 이들을 대리해 온 변호사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부모따돌림을 아동처벌, 가정폭력에 해당하는 하나의 독립 범죄유형으로 명시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부모따돌림은 자녀의 심리를 조정해 정상적인 발달과 정서 형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 가혹 행위로 이론적으로 포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따돌림이 물리적 폭력이 아닌 심리적 조정인 탓에 입증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허 조사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따돌림을 범죄 유형으로 규율해 전문가가 개입해 감정, 이후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해 기소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경우 부모따돌림을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2010년 제정된 '부모따돌림법'(parental alienation Act) 제3조는 부모따돌림이 "아동 또는 청소년이 건강한 가족관계를 누릴 기본권을 침해하고, 부모 및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 속에서 애정과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는 것을 저해한다"며 "아동 또는 청소년에 대한 정신적 학대에 해당하고, 친권 또는 후견·양육권에 수반되는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관행적으로 한명을 친권자로 지정…'법원의 인식' 바뀌어야

아울러 부모따돌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한쪽 부모에 양육권을 몰아주는 법원의 '관행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동 친권·양육만 인정돼도, 누가 양육자가 될 것인가를 두고 부모따돌림까지 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부모따돌림은 보통 한쪽 부모가 '하나뿐인 양육자'가 되기 위해 시작된다. 양육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재 누가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가'이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공동 친권·공동 양육은 이미 한국에서 법적으론 가능하다. 하지만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이혼한 부부가 공동 친권을 가지로 공동 양육을 할 경우 아이의 긴급 상황에 대한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없거나, 사이좋게 아이를 양육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법원이 쉽게 인정해 주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에서 이혼 가정이 공동 친권을 지정하는 비율은 2014년 기준 1% 수준으로 낮다. 공동양육을 인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

엄경천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우리 법에는 부모가 이혼하면 친권자를 정한다고만 돼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닌 의식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친권을) 한 명만 지정해야 한다고 관습적으로 생각해 오던 것을 바꿔야 한다"며 "부모가 이혼할 때 친권자로 지정돼서는 안 될 정도의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친권자로 지정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와 관계를 회복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도 공동친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혼 전문 지안나 변호사는 "최종적으로는 공동 친권이나 공동 양육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며 "이혼할 때도 문제지만 이혼이 끝난 뒤 한쪽에 친권·양육권을 줬을 때 비양육자는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크는지 접근할 방법이 거의 전무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동 복리를 최우선으로…전문가 판단이 필요할 때

우리나라 민법 제912조는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 자(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모에 앞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모따돌림을 당한 아이들이 "비양육부모를 보고 싶지 않다", "비양육부모가 밉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고 면접교섭을 못하게 하는 게 이들의 '복리'에 부합하냐는 것이다.

아이들의 말을 통해 단순히 '표현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 분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진짜 의중과 복리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해외 법원들의 판단이다.

예컨대 영국 항소법원 재판부는 2014년 5월 '남편이 아이들을 허리띠로 때렸다'고 주장하는 한 어머니의 항소에 대해 심리했다. 이들의 세 자녀 역시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한 상태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알코올 중독인 어머니 측의 주장에서 모순을 발견했으며 어머니의 편에 선 첫째 아들이 문자 메시지로 동생들에게 "(아버지 집에서) 싸우고, 물건을 부수고, 말싸움하라"고 종용한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재판부는 단순히 경찰 조사에서의 아이들의 증언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아이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감정은 그들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보다 행복하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도 아동이 부모따돌림을 겪고 있진 않은지 전문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판단하고 아이의 말과 행동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전문상담가, 아동보조인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아동과 정기적으로 상담하고 관계에 개입하는 전문가를 통해 부모따돌림이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