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차도 사고에 전문가들 "점검요원 안전 매뉴얼 마련해야"
프로세스는 통상적이지만…해체 공사 특성상 고위험
'철도 위 공사' 제약…해체작업계획서 내용·이행 여부 쟁점
- 유채연 기자, 권준언 기자,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권준언 이비슬 기자 = 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통상적 절차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체 작업 계획서가 적정하게 수립됐는지, 또 계획서대로 작업이 진행됐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철거 중이던 도로 상판 처짐을 확인한 뒤 약 12시간 동안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와 철도 통제 없이 현장 점검을 진행하던 도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춘근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전날 "현장에서 거더 자체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으리라고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한다"며 "교통 통제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거더는 상판(슬라브)을 바치는 뼈대로, 슬라브 아래에서 상판 하중을 받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검 과정 자체는 통상적인 절차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안전 분야 A 교수는 "발주자가 책임 감리에게 검증, 확인, 관리를 위임한 것"이라며 "이상 여부를 확인하러 전문가와 현장 소장이 들어간 상황으로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해 책임자들이 본인 안위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서 찍어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전문가 입회하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프로세스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봤다.
서울시는 브리핑에서 최초 철거 계획 수립 당시 거더를 개별로 잘라 인양하는 방식으로 설계했고 거더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절차의 형식적 적정성과 별개로 구조물의 노후화로 인한 변수가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지난 1966년 준공돼 철거 직전까지도 하루 평균 3만 9000여 대의 차량이 오갔다.
현장 아래로 철도가 지나가는 등 현장 제약이 컸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A 교수는 "철도 위 작업은 매번 심야에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작업 시간에 제약이 있다. 작업 전에도 3~4시간씩 준비를 한다"며 "일시적으로 한 30분이나 1시간 정도를 이제 협의하에 열차 운행을 차단할 수는 있지만 긴 시간 중단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함 교수도 "사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철길 끊고 통제를 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철도가 지나가는 상황에서 야간에 3시간 작업하는 조건으로 해서 작업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군다나 해체 공사는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공사보다 위험도가 높다. 그러나 A 교수는 "해체 공사는 구조물을 더 이상 쓰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안전 진단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으로 해체 작업 계획서의 적정성과 이행 여부를 꼽았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해체 작업 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계획서가 제대로 수립이 돼 있다 하더라도 계획서대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구조물은 안전했다고 판단됐더라도) 해체 작업의 순서가 잘못됐다든지 잘못된 부분을 건드렸을 경우 개별 구조물엔 문제가 없어도 서로 영향을 미쳐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계획서대로 작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시공사 소장이랑 감리단장이 사망했기에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전 점검, 안전교육, 관련 평가를 진행했는지 등을 (수사당국이) 살펴볼 듯하다"고 설명했다.
붕괴 위험 등을 사전에 인지해 통제가 이뤄졌다면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사고의 사정권 안에 있는 장소는 출입을 통제해야 했다"고 짚었다.
이번 사고로 공사와 무관하게 고가 아래를 지나던 서대문구 주민센터 직원 30대 남성 구 모 씨가 부상하기도 했다.
나아가 "결과적으로 직접 안으로 들어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점검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했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안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사실 '이게 설마 무너질까' 하는 생각에 간과했던 부분이 있던 것 같다"며 "향후에는 (이런 사고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점검하는 요원들에 대한 안전 확보 매뉴얼이나 절차, 교육 등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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