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처짐' 확인 후 12시간…서소문고가 아래 차·열차 지나다녔다(종합)

02시30분 상판 문제 발견→ 철거 공사 중지 명령→현장 안전점검
"철도 운행 탓 하루 3시간 작업"…붕괴 직전에도 차량 통제 없어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서소문고가차도 사고발생 경위 및 향후 계획 관련 브리핑을 마친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한지명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철거 중이던 도로 상판 처짐을 확인한 뒤 약 12시간 동안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와 철도 통제 없이 현장 점검을 진행하던 도중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춘근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7일 오후 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사고 경위를 발표했다.

(서울시 제공)
처짐 확인 12시간 뒤 붕괴…"교통 통제 필요성 판단 중 사고"

사고는 전날(26일) 오후 2시 33분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 철거 공사 철도횡단구간인 S9 구간에서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 고가차도 상판(슬라브) 절단 작업을 시작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2시 30분쯤 G15번과 G14번 거더 사이 중간지점에서 29㎜ 처짐이 발생했다.

슬라브에 생긴 단차로 하중 균형이 깨지면서 아래에 있는 거더가 붕괴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더는 슬라브를바치는 뼈대로, 슬라브 아래에서 상판 하중을 받치는 역할을 한다.

처짐 발생을 인지한 책임감리는 즉시 공사 중지를 명령했고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해 절단된 슬라브와 슬라브 사이를 강판으로 체결하는 플레이트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오전 7시 30분 현장 관계자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유선 보고한뒤 오전 9시 30분 감리단장과 현장 소장 등이 서울시 토목부장을 대상으로 대면 보고를 했다.

오전 10시 50분 감리단장, 현장소장, 정밀진단업체, 구조분야 비상주 감리가 대책회의와 현장점검을 진행했고 오후 1시 40분 서울시와 안전진단전문가, 외부전문가, 현장 관계자 등 9명이 합동 안전진단에 나섰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코어 채취를 하고 있다. 콘크리트 코어 채취는 사고 원인이나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핵심 조사 작업이다. 2026.5.27 ⓒ 뉴스1 박지혜 기자
하부 공중비계 올라 직접 점검 중 참변

시는 최초 철거 계획 수립 당시 거더를 개별로 잘라 인양하는 방식으로 설계했고 거더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현장에서 거더 자체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으리라고는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한다"며 "교통 통제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거더 이상 여부는 슬라브 하부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지만 사고 구간은 공중비계가 설치돼 외부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리단장 등은 처짐 원인과 교통 통제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안전모와 방진복 수준의 보호장비만 착용하고 하부 공중비계에 올라 점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본부장은 "공중비계는 교량 슬라브 하부에 초근접해 설치된 상태"라며 "거더가 구조물 하중을 전체적으로 받기 때문에 상태를 확인하려면 하부를 봐야 하는데 공중비계에 가려져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철도 운행 탓 하루 3시간 작업…市·철도공단 협의도 쟁점

철거 중인 고가 하부로 철도가 계속 다니는 탓에 작업이 하루에 야간 3시간씩만 진행되면서 서울시와 코레일·국가철도공단 간 작업시간 협의와 공정 관리 적정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에 따르면 철도가 횡단하는 구간의 고가차도 철거 공사는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서울시는 철도 구간 공사를 앞두고 같은 달 철도공단 등과 협의한 결과 야간 3시간 작업 방식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철도 외 구간은 주간에 절단하고 야간에 인양하는 방식으로 24시간 작업하도록 협의했지만 (지난 3월) 철도 구간에 관해 재협의했을 때 열차가 지나기 때문에 오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만 작업하라고 해서 그렇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하루 3시간 작업시간을 서울시가 먼저 제안했는지를 묻는 말에 "그것은 아니고 같이 협의를 했다"고 답했다.

임 본부장도 "철도 측에 최초 요청할 때는 24시간 동안 신속하게 철거하겠다고 했지만 협의 결과 하루 3시간 정도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라는 답변을 받아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한 달 30일 중 실제 작업이 가능한 날도 17~18일 정도만 받았다"고 말했다.

또 "철도 운행 중에 철거 작업을 하도록 철도공단에서 공사 관련 제약이 주어져 야간에 3시간 정도밖에 공사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유가족·부상자 가능한 모든 행정 지원"

시는 사고 사망자 유가족과 부상자를 대상으로 장례비·치료비·심리상담을 포함한 모든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26일)부터 29일까지 사망자 안치 병원과 장례식장에 현장지원반을 두고 유가족 지원을 이어간다. 장례 이후에도 사후 관리를 지속한다. 부상자에게도 치료비와 심리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고용노동부가 공사 재개 심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사고 현장의 잔여 교량 시설물 철거와 철도 운행 재개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작업에는 약 40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 작업계획에 따르면 △공중비계 철거 6시간 △S9 구간 철거 24시간 △전차선로 복구 10시간 △S8 구간 철거 8시간이 소요된다.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지어진 연장 493m, 폭 15m의 왕복 4차로 도로다.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총 18개의 교각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은 약 3만 9000대에 달했다.

지난 2019년 콘크리트 강도가 낮아지며 교각이 탈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긴급 보수공사가 필요한 안전등급 D 판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2021년 바닥판 붕괴, 2024년 보 콘크리트 탈락, 보 강선 파손과 같은 손상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시는 콘크리트 추락 방지망 설치, 교각 보수, 중차량 통행 제한과 같은 조치를 해왔지만 보수 공사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철거를 결정했다.

총공사비 202억 7400만 원을 투입해 지난해 9월 철거 공사를 시작했으며 오는 7월 29일 철거를 마친 뒤 같은 자리에 2028년 2월까지 고가차도를 신설할 계획이었다.

지난 26일 기준 공정률은 88.49%로 교각 18개 중 15개, 슬래브 19개 중 17개 철거를 마친 상태였다.

이번 사고로 안전진단에 나섰던 3명이 사망했고 서울시 직원을 포함한 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60대 남성 감리단장 안 모 씨와 시공사인 흥화건설 소속 60대 남성 현장관리소장 이 모 씨, 50대 남성 외부 전문가 이 모 씨까지 3명이다. 안 씨는 차량에 깔린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상자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소속 50대 남성 김 모 씨와 40대 남성 직원 손 모 씨, 서대문구 주민센터 직원 30대 남성 구 모 씨 3명이다. 주민센터 직원은 공사와 무관하게 고가 아래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