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하 확인된 서소문 고가 안전조치 없었다…점검 30분 만에 '우르르'
새벽 2.9㎝ 침하로 공사 중단…12시간 뒤 안전점검 중 붕괴
"이례적 붕괴, 안일한 대처…점검자 안전대책 세웠어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 등은 상판 침하 확인 이후 안전점검에 들어가기 전 현장 안전조치가 충분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27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26일)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철거 작업 도중이 아닌 안전점검 과정에서 발생했다. 철거 막바지에 남아 있던 위험 요인을 점검하려다 참변이 난 것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고가 철거 작업은 약 두 달 뒤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약 89%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오는 7월 철거 공사를 끝내고 2028년 새 고가도로를 개통할 계획이었다.
남은 공사 구간은 고가가 경의선 철길 위를 지나는 일부 구간이었다. 열차 운행 문제로 작업 시간이 제한돼 있었다. 한국철도공사와의 협의에 따라 오전 1시 30분부터 오전 4시까지만 작업할 수 있었다.
사고 당일 새벽 철거 작업도 오전 1시 30분쯤 시작됐다. 다리 상판 콘크리트인 슬라브를 절단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작업 중 슬라브에서 2.9㎝ 규모의 침하 현상이 확인됐고, 서울시는 곧바로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 중단 약 12시간 뒤인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시 관계자와 안전진단 전문가,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 9명이 현장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슬라브를 떠받치는 대들보 역할의 거더 사이로 들어가 구조 상태를 확인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점검 시작 약 30분 만인 오후 2시 32분쯤 고가 상판 일부가 무너졌다.
사고 직후 "고가가 무너져 자동차 한 대가 깔렸다"는 신고를 접수한 소방 당국은 오후 2시 49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구조 작업은 오후 4시 40분쯤 마무리됐지만 이들 중 3명은 결국 숨졌다. 사망자는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다. 이 밖에도 3명이 다쳤다.
서소문고가도로는 1966년 준공된 노후 고가도로다. 철거 직전까지도 하루 평균 3만 9000여 대의 차량이 오갔다. 그러나 오랜 하중과 시설 노후화로 곳곳에서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2019년에는 콘크리트가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 부재에 손상이 있거나 구조적으로 위험해 사용 제한, 긴급 보수·보강 등이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이에 지난해 8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시공은 주식회사 흥화가, 감리는 주식회사 수성엔지니어링이 맡았다.
사고 직후 관계 기관들은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5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27일 새벽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유관기관과 합동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수사의 핵심은 2.9㎝ 침하가 확인된 뒤 안전 점검에 들어가기 전 현장 안전조치가 충분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지지대나 추락 방지용 안전대 등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 아래로 철도가 지나가고 고압 전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크레인이나 지지대 설치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상판 일부가 내려앉은 만큼 안전 점검에 앞서 추가 붕괴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안전 점검 중 구조물이 붕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 만큼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12시간 전 이미 침하 현상이 확인됐기 때문에 점검자들에 대한 안전 대책도 함께 세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전망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고 직후 엄정한 감독·수사를 지시했다. 검찰도 경찰과 노동 당국의 초동 수사·조사에 협력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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