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50㎞'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추진…"도로상황, 주민의견 반영해야"
법 개정 없이도 시행 가능하지만 적용률 0.5% 수준
전문가 "일괄 적용보다 도로 여건·보행 환경 따져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밤엔 시속 50㎞' 운행이 가능한 스쿨존을 늘리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 속도 규제 합리화를 제도 개선 과제로 선정한 데 이어 경찰도 '시간제 스쿨존 속도제한' 확대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야간·휴일처럼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시간대까지 일률적으로 시속 30㎞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다만 시간제 속도제한을 확대하더라도 도로 여건과 보행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은 또 다른 안전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스쿨존 속도 제한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2일 확정한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 164개에 스쿨존 속도 규제 합리화가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경찰이 시간제 속도제한 확대 검토에 나서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어린이 통행이 적은 야간·휴일 시간대에는 속도제한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스쿨존이 주거지와 맞닿아 있는 만큼 보행자 안전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함께 나왔다.
서대문구에서 만난 14년 경력 택시 기사 심 모 씨는 "사고를 안 내는 게 중요한 것이지, 학생들이 다니지 않는 시간까지 무조건 30㎞로 묶어두는 게 답은 아닌 것 같다"며 "아이들이 오가는 시간에는 당연히 조심해야 하지만, 새벽에는 학교 앞에 사람 한 명 없는 경우도 많아 답답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3년 차 직장인 김성율 씨(28)는 "어느 정도 풀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스쿨존이면 보통 주택가나 민가 근처인데 무작정 50㎞까지 풀어도 되나 싶다"며 "속도를 풀어놓으면 실제로는 60~70㎞로 달리다 급하게 줄이는 차도 있을 텐데, 새벽이라고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미 2023년 9월부터 일부 스쿨존에서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 사이 제한속도를 시속 40~50㎞로 높이는 시간제 속도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지는 전국 스쿨존 1만 6000여 곳 중 78곳으로 0.5% 수준에 그친다.
제한속도를 상향하려면 도로 여건 검토와 대상지 개별 지정, 학교·학부모 의견 수렴, 표지판 등 시설물 교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장 적용이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의견 수렴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운영을 확대하되, 도로 구조와 보행 환경에 따라 적용 대상을 세밀하게 나누고 경찰도 적극 행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행 규정상 시간제 운영이 가능했는데도 그동안 확대가 더뎠던 것은 경찰이 사고 발생 시 책임 부담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간선도로와 맞닿은 6~8차로 스쿨존처럼 우선 적용할 수 있는 곳부터 시간제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시야가 좋지 않거나 위험성이 큰 곳은 24시간 제한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현장 상황과 주민 의견을 반영해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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